(시론)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로 살펴본 중소·벤처기업 정책

입력 : 2022-05-17 오전 6:00:00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5월3일 윤석열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국정과제는 정부 부처가 예산과 역량을 집중해 달성해야 하는 과제로 향후의 정책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시금석이다. 국정과제로 선정된 정책 사업은 우선적으로 예산과 인력을 배정받기 때문에 각 부처와 공공기관은 자기네 역점 사업을 국정과제로 포함시키기 위해 전력투구한다. 
 
윤석열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는 6개의 국정목표와 20개의 국민약속으로 구분된다. 경제분야의 국정목표는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국정목표2)로 설정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를 35회 외치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강조한 국정 철학이 담겨져 있다. 민간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을 규제하고 시장을 억제하며 공공부문을 확장한 전임 문재인정부와는 180도 다른 정책기조로 단절적 변화를 예고한다.    
 
이런 경제 분야의 국정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국민에 대한 약속으로 '경제체질을 선진화하여 혁신성장의 디딤돌을 놓겠습니다'(약속04), '핵심전략산업 육성으로 경제 재도약을 견인하겠습니다'(약속05), '중소·벤처기업이 경제의 중심으로 서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약속06)라는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 세 가지 국민약속을 연결해 종합하면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략산업을 육성하여 혁신성장을 추구"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서 '중소·벤처기업'을 경제의 중심으로 설정한 중소기업에 관한 국민약속(06)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간이 이끄는 시장경제의 주인공은 대기업이다. 자유경쟁이 활발한 시장경제에서 중소기업은 중심이 될 수 없다. 시장경제와 중소기업 중심 경제는 상충적이기 때문에 둘 다 잘하기 어렵다. 
 
문재인정부도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를 표방하며 차관급의 중소기업청을 장관급의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켰지만, 정책의 무게를 노동 쪽으로 기울이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해 결과적으로는 중소기업을 홀대하고 옥죄며 부담을 가중시켰다.  
 
자유 시장경제를 내세운 윤석열정부에서도 중소기업 중심 경제는 정치적 레토릭에 그치고 실제로는 대기업 편향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의 기업활동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시장경제의 결함은 잘 알려져 있다. 바로 쏠림현상을 가속하고 경제적 불균형과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시장실패(market failure)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시장은 대기업에 편향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다. 자본과 인력, 그리고 수요가 대기업에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은 시장에서 소외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구조적 불균형을 개선하지 않은 채로 자유시장 경제 논리만 강조되면 대·중소기업의 경제적 격차는 더욱 크게 확대될 것이다. 
 
윤석열정부가 국정과제에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시장경제 활성화'(29), '공정거래 법집행 개선을 통한 피해구제 강화'(30), '불공정거래, 기술탈취 근절 및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확산'(33)을 포함한 것은 자유 시장경제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으로 평가한다. 경제 운용을 자동차 운전에 비유한다면 자유 시장경제는 속도를 올리는 엑셀레이터고 공정거래와 동반성장은 속도를 줄이는 브레이크에 해당한다. 앞으로 윤석열 정부가 이 둘을 얼마나 잘 조화시켜 안정적으로 경제를 운영하느냐가 관전 포인트이다.   
 
중소기업과 직결되는 국정과제는 '중소기업 정책을 민간주도 혁신성장의 관점에서 재설계'(31)다. 전통적으로 정부 주도의 안전판으로 이뤄진 중소기업 정책을 민간 주도의 혁신성장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것은 코페르니쿠스적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할 만큼 새롭게 다가온다. 지금까지 중소기업 정책을 '민간 주도'로 재설계한다는 표현은 사용돼본 적이 없다. 
 
과제목표는 기존의 중소기업 생존을 위한 '지원' 위주의 정책에서 근본적 경쟁력 제고와 기업의 혁신성장에 집중하는 성과창출형 정책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주요 내용은 빅데이터 기반 중소기업 정책 플랫폼 구축, 기업승계 제도 합리적 개선, 중견기업 진입 유예기간 확대,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도입, 스마트 제조혁신, 중소기업 기술경쟁력 제고, 금융·수출·판로 패키지, 지역 중소기업 생태계 조성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과제의 명칭이나 목표는 급진적인 반면 내용은 평이해 괴리감이 느껴진다. 
 
벤처기업에 관한 국정과제는 '예비 창업부터 글로벌 유니콘까지 완결형 벤처생태계 구현'(32)으로 이를 통해 세계 3대 벤처 강국을 달성하겠다고 한다. 유니콘 벤처기업을 육성해 혁신성장을 추진하겠다는 정책의 방향에는 동의한다. 세계 3대 벤처 강국이 될 정도의 완결형 벤처생태계가 구현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하다. 다만, 정부가 주도하고 지원해 벤처생태계가 완결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앞으로 이런 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돼 중소·벤처기업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며 우리 경제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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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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