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소집된 코인거래소 대표들…"루나 사태, 재발 방지 노력"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투자자 보호 대책 긴급점검 간담회 개최
수수료 잔치 논란에 업비트 해명… "바이낸스, 4천억 수익…국내는 루나 비중 1%"
중소거래소 "거래소 독과점 문제 해소로 피해 확대 가능성 줄여야"

입력 : 2022-05-24 오후 6:05:35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루나와 테라 폭락 사태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치권과 금융당국,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제2루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외 사례를 참고해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루나 폭락 당시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챙겼다는 비판을 받았던 업비트는 투자자 보호 조치를 취했다면서 추후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디지털 자산기본법 제정과 코인 마켓 투자자보호 대책 긴급 당정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 참석한 업비트 이석우 대표, 빗썸 허백영 대표, 코인원 강명구 부대표, 코빗 오세진 대표, 고팍스 이준행 대표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과 정부는 24일 오후 국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코인마켓 투자자 보호 대책 긴급점검'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루나 사태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업비트는 거래소로서 모든 투자자가 동등한 조건에서 공정하게 형성된 가격으로 거래할 환경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면 시장이 왜곡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해왔다"면서 "루나·테라 발행사 테라폼랩스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수차례 소명을 요청했으나 회신받지 못하고 최종적으로 거래지원 종료를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특히 국내 거래소 대비 해외 거래소에서 루나 사태로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챙겼다는 점을 비교설명했다. 해외 거래소 바이낸스 경우 루나 사태로 4000억 정도 수수료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이 대표는 "가상자산 특성상 투자자들은 국가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거래가 가능하다"면서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된 루나 비중은 1% 정도밖에 안된다. 해외 주요 거래소에서 마진 거래를 통해 엄청난 규모의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 
 
상폐 배경에 대해선 "투자자에게 적극적으로 주의 안내했고, 테라폼랩스 측에도 수차례 투자자보호 소견을 요청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해 거래를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 거래소는 해외 거래소 경쟁 압력에 노출되면서도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라면서 향후에도 가상자산과 관련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준행 고팍스 대표는 "업계 주요 일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고, 피해를 본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면서 "우리는 투자자보호를 위해서 지난해부터 선제적으로 시장경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투자주의·투자경고 2단계로 구성된 시장경보제도는 불공정 거래 가능성이 있거나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을 투자자들에게 알려 건전한 거래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제도다. 
 
프로비트, 지닥, 코어닥스 등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코인마켓 거래소들도 참석해 루나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이들 업체는 특히 거래소의 독과점 체제가 공고할수록 시장간 불균형, 변동성이 극대화돼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한승환 지닥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담보물이 존재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특히 테라는 회사나 재단이 운영되는 방식, 의사 결정과정에 있어선 탈중앙화가 아닌 중앙화된 형태로 이뤄졌다. 시총이 커지면서 글로벌 마켓에서 숏마켓을 열었고, UST도 스테이블코인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낮아지면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거래가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대표는 "가상자산에 대한 시스템적 위기, 변동성이 높아지게 되면 거래소는 입출금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출금을 막아서 자산 거래를 막을 수 밖에 없다"면서 "그렇게 되면 시장간 불균형이나 변동성이 극대화돼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여지가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래소 시장이 여러군데 열려있어야 공격할 시장이 여러 개로 늘어 공격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떨어지게 된다"면서 "결국 규모있는 생태계 구축을 위해 실명계좌 확보를 할 수 있는 거래소를 늘리는 방식의 가상자산 독과점 해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자산기본법 제정과 코인 마켓 투자자보호 대책 긴급 당정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금융위원회는 스테이블코인, 디파이 등 소비자와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디지털자산 규율 방안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실효성 있는 가상자산 규율 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해외 규제 사례를 면밀히 파악하고 국제기구 및 주요국과의 협의를 통해 국제 공조 체제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위는 가상자산 발행·유통 규율체계를 가상자산의 경제적 실질에 따라 증권형과 비증권형(유틸리티·지급결제 등)으로 나눠 규제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은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에 서둘러야 한다면서도 법 제정 전 금융당국에서 필요한 조치를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윤재옥 국회 정무위원장은 "조속히 기본법을 제정해서 당국에서 관리하고 있다가 문제가 생기면 신속히 대응한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며 "입법 전에라도 거래소에 대한 가이드라인 권고안을 제정을 서둘러달라"고 금융당국에 당부했다. 거래소에는 "피해 규모가 엄청나고 많은 국민이 관여됐다면 자기 투자 책임원칙만 주장해선 될 일이 아니"라며 업계 차원에서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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