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훈 선임기자] “희망의 인문학은 제게 새로운 꿈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희망의 인문학 자격증 취득 사업 프로그램을 통해 요양 보호사 자격증 취득을 하였고 현재 요양보호사로 취업에 성공해 9월부터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수료생 A씨)
“2년에 걸친 저의 인문학 여행은 아픔의 기억을 잔잔히 어루만져 주고 미래의 두려움을 덜고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이제 다시 새로움을 꿈꾸게 된다면 지치지 않고 전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수료생 B씨)
시민들이 서울시의 '약자동행' 교육프로그램인 '희망의 인문학' 수업을 듣고 있다.(사진=서울시)
15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2024 희망의 인문학’ 수료식이 열렸습니다. 희망의 인문학은 노숙인과 저소득층 시민을 대상으로 자립의지를 북돋아 주는 서울시의 '약자동행' 교육프로그램입니다. 지난 2008년 시작된 뒤 2022년 오세훈 시장 당선과 함께 10년 만에 재개됐습니다. 올해는 827명의 수료생을 배출했습니다. 약자들에 대한 물질적인 지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 강의, 취미 생활, 문화 생활 등을 제공해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취지입니다.
수료생 대표 250여명이 참석한 이날 수료식은, ‘희망의 합창단’, ‘보현윈드오케스트라’ 공연 및 ‘영등포쪽방상담소 난타’,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의 사물놀이 등 수료생들이 직접 참여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됐습니다.
이날 오 시장은 수료생들의 소감과 앞으로의 포부를 들은 후 “4년 사이 노숙인 숫자가 서울에서 30% 줄어든 건 이런 프로그램 덕분”이라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나 광화문광장을 만드는 것 같은 이런 하드웨어보다 한 명의 인생이 바뀌는 걸 보는 게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노숙인 수는 3041명으로, 2020년 3870명 대비 21.4% 줄었습니다. 오 시장은 “처음부터 노숙을 택하는 사람은 결코 없다”며 “재기한다는 마음과 자존감을 되찾는 사람들이 늘어서 노숙인 수가 확 줄었다”고 했습니다.
지난 2008년 오 시장 재임 시절 시작된 ‘희망의 인문학’은 2012년까지 4천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한 뒤 2022년 10년 만에 부활해 지난해까지 999명이 수료했습니다. 시청에서 주관하는 ‘희망과정’에 올해부터 철학·문학·역사 등 인문학 과정은 물론, 요양보호사·바리스타·조리사 등 취업 관련이나 심리상담·음악·서예 등의 심리·건강, 문화·예술 분야까지 커리큘럼을 다양화했습니다. 노숙인 및 저소득 시민이 직접 서울시립대학교와 숭실대로 찾아가 강의를 수강하는 ‘행복과정’ 등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과정 종료 후에도 관계 유지를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자조모임 운영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오승훈 선임기자 grantorin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