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명태균 집안사람, 창원산단 예정지에 땅 수천평 샀다

창원산단 예정지 103만평 등기 전수조사
A씨, 김영선 당선 직후부터 땅 매입 시작
지난해 정부 발표 직전까지 매매 끝마쳐
시세 차익만 최소 3억원에 이를 걸로 추정

입력 : 2024-11-1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오승훈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구속)씨가 경남 창원 제2국가산업단지(창원산단) 최초 입지를 제안하고 부지 범위와 경계를 최종 조정하는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창원산단 예정지 최종 발표 전 명씨의 집안 사람인 A(39)씨가 해당 예정지에 포함된 토지 수천 평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씨는 김영선(구속) 전 국민의힘 의원이 창원산단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직후에 땅을 사들이기 시작해, 창원이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로 최종 발표되기 직전에 거래를 끝마쳤습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지난 9일 오전 2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18일 <뉴스토마토>가 창원산단 후보지 103만평에 대한 등기부 등본 2500여통을 모두 발급받아 이를 전수조사한 결과, A씨는 창원산단 지정 발표 전에 대상지인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화양리 일대 토지 총 6431㎡(약 1948평)를 사들인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거래는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는데, 과수원과 자연녹지, 임야로 이뤄진 해당 토지 10필지를 A씨는 임모씨와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총 4억1315만원(평당 약 21만~22만원)을 들여 직거래로 매입했습니다. 해당 필지들은 연속되는 지번으로 모두 인접해 있습니다.
 
매매 시점부터 석연치 않습니다. 첫 거래가 이뤄진 2022년 7월4일은 창원산단 신규 유치를 공약으로 내건 김 전 의원이 보궐선거로 당선된 직후입니다. 김 전 의원은 당선 직후부터 국회와 정부를 오가며 창원산단 유치에 열을 올렸습니다. 마지막 거래는 지난해 2월24일로 후보지 발표가 있던 3월15일로부터 불과 19일 전입니다. 결국 김 전 의원이 당선된 뒤 땅을 사들이기 시작해 창원산단 후보지 선정 발표 직전에 거래를 마친 셈입니다. 정부가 창원산단을 발표한 뒤 곧바로 창원시가 대상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3월19일)하면서 토지 거래가 사실상 어렵게 됐는데, 공교롭게도 그 직전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명씨 집안 사람 A씨가 지난 2022년 7월5일 창원 제2산단 대상지님 의창구 동읍 화양리 소재 땅을 매매한 사실이 기재된 해당 등기부 등본.A씨는 이 외에도 총 10필지 1948평의 땅을 사들였다. (사진=뉴스토마토).
 
창원시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화양리는 산단 지정 전에 평당 20만원 정도였다가 산단 지정 후에 호가가 2배 가까이 뛰었다”고 했습니다. 취재 결과, A씨가 산 화양리 땅과 1㎞ 떨어진 같은 화양리 자연녹지의 경우, 가장 최근 거래인 지난 8월 기준으로 803㎡(약 243평)가 8000만원(평당 약 32만9000원)에 매매된 바 있습니다. 심지어 이 땅은 A씨가 산 땅과 달리 도로가 인접하지도 않은 곳입니다. 이를 보면, A씨는 해당 거래를 통해 최소 3억원 정도의 시세 차익을 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땅을 산 A씨는 명태균 씨와 가까운 집안 사람 B씨의 아들로, 아버지를 통해 사전에 정보를 듣고 토지를 매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명씨와 B씨의 관계를 잘 아는 한 인사는 “B씨가 창원지역 농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했는데 명태균 씨가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선거 포스터를 만들어주고 여론조사를 돌린 적이 있다”며 “명태균 씨와 같은 일가”라고 했습니다. 취재 결과, B씨는 지난 2019년 창원지역 한 농협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습니다. B씨는 창원의 한 장학회장과 동창회 사무국장을 지내는 등 지역사회에서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명태균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에서 만든 B씨의 농협 조합장 홍보 포스터. 땅을 산 A씨는 아버지 B씨로부터 정보를 듣고 거래를 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사진=농협)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의 ‘창원산단 등 국정개입 의혹 조사본부장’인 염태영 의원은 창원 제2국가산단 예정지를 방문해 현장조사를 벌인 자리에서 “창원 제2국가산단을 개발한다고 정부가 발표하기 1년쯤 전인 2022년 1~3월과 정부 발표 직전인 2023년 1~3월 개발 예정지 부동산 거래를 조사한 결과, 거래건수는 24건에서 79건으로 3배 이상 늘었고, 거래액수는 6배, 거래면적은 10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23년 1~3월 거래된 79건 가운데 69건이 그린벨트 지역이었다”고 했습니다. 염 의원은 “사전에 정보를 입수한 세력이 토지를 집중적으로 매입한 증거”라며 “결국 대대로 이곳에 살던 원주민들이 부동산 투기세력에게 피해를 당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명씨는 지난 9일 창원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기자들과 만나 “창원산단은 제가 창원시한테 제안한 것이고, 제가 제안자이기 때문에 (창원시 공무원들이) 저한테 와서 확인한 것”이라며 “근데 제가 제안한 대로 국가산단이 이뤄졌느냐. 제가 땅 한 평 샀느냐”고 했습니다.

한편, 이와 관련해 B씨는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해당 거래는 전 소유주가 매입을 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해 아들 이름으로 매입한 것으로 당시 창원산단 부지가 된다는 건 전혀 알지 못했다”며 “조합장 선거를 치른 후 6년 동안 명태균씨와 한 번도 만나거나 접촉한 적이 없는데 단지 성이 같다는 이유로 일가 친척으로 엮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오승훈·김충범·배덕훈·김한결 기자 grantorin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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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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