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창원산단 부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직전까지 '이상 거래'

창원산단 부지 4년치 거래내역 전수분석
지난해 1/4분기에만 40건 매매 이뤄져…전년비 4배 급증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날에도 거래
"명씨가 지인들에게 부지 땅 점도 봐줘"

입력 : 2024-11-18 오후 1:58:55
[뉴스토마토 오승훈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구속) 씨의 동업자(강모씨)에 이어 집안 사람까지 창원 제2국가산업단지(창원산단) 부지에 수천 평의 땅을 산 것으로 드러나면서, 명씨가 지인들에게 정보를 알려주고 토지 매입을 권했다는 정황이 더욱 짙어졌습니다. 실제 창원산단 부지의 4년치 거래내역을 분석해보니, 지난해 1/4분기에만 전년 대비 4배나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기 직전 시점의 거래도 8건이나 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씨가 지난 9일 오전 2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 뉴시스)
 
18일 <뉴스토마토>가 창원산단 후보지 103만평에 대한 등기부 등본 2500여통을 모두 발급받아 이를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해 1월부터 후보지로 선정 발표된 3월15일까지 이뤄진 토지거래는 총 40건이었습니다. 전년도인 2022년 같은 기간 동안 이뤄진 토지거래가 모두 10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거래가 4배 급증했습니다. 2022년도 1월~3월까지는 창원시 의창구의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본격화되기 전 시점이라 창원산단 유치 움직임이 가시화되기 전이었던 반면, 김영선 전 의원이 보궐선거로 당선된 뒤부터는 유치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습니다.  
 
더욱 공교로운 대목은 40건 가운데 8건은 해당 부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기 직전에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정부가 창원산단을 발표한 뒤 곧바로 창원시가 대상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3월19일)했는데 그 직전인 17일과 18일 각각 4건씩 이른바 ‘초치기’ 거래가 이뤄진 것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허가구역 내 주거지역 60㎡, 녹지지역 200㎡ 등을 초과하는 면적의 토지거래는 관할 시군구청의 허가 후에 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정해진 기간 동안 허가받은 목적대로만 토지를 이용해야 하는 등 거래 자체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거래가 이뤄진 필지들은 주로 주거지가 포함된 곳으로, 개발될 경우 시세차익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10월8일 제2창원산단 부지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유리창에 국가산단 투자라는 홍보 문구가 붙어있다.(사진 배덕훈 기자)
 
이러한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 제보자이자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었던 강혜경 씨는 명씨가 산단 선정 과정 초기부터 개입했으며, 대외비인 후보지 지정 사실도 정부의 공식 발표(지난해 3월15일) 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강씨는 지난달 국정감사에 출석해 “명씨가 산단 관련 정보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매수를 권유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뉴스토마토>가 확인한 명씨 일가의 산단 부지 사전 매입은 명씨가 후보지 선정에 개입했거나 관련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강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입니다.
 
아울러 명씨가 산단 선정 과정에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도 제시됐습니다. 민주당 진상조사단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명씨가 산단 발표 5개월 전인 2022년 10월 창원시 공무원들로부터 대외비 문서를 보고받았고, 2022년 11월23일 국토부 실사단이 왔을 때는 직접 안내했다”며 “후보지 발표 하루 전에는 강씨에게 현수막 제작을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했습니다.
 
지난 10월8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사는 주민이 제2창원산단 부지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사진 배덕훈 기자)
 
최근에는 명씨가 주변인들에게 ‘땅 점’을 봐줬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지인들이 매물의 주소를 불러주면 명씨가 지도를 보고 산단에 들어갈지 여부 등을 답변해줬다는 것입니다. 염태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산단 부지를 직접 방문한 자리에서 “최종 후보지가 결정되기 전, 투기와 토지거래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명씨에게 부지가 후보지에 포함되는지를 확인받았다는 진술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한편, 지난해 7월 창원시는 국가산단 부지에 대한 부동산 투기 집중 점검을 벌였으나 “전체 토지거래 건수는 평년과 큰 차이가 없고, 부동산 투기 정황과 위법한 거래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오승훈·김충범·배덕훈·김한결 기자 grantorin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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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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