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주인공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었습니다. 전 세계가 '반트럼프 대 친트럼프'로 나뉘면서, 향후 국제정세는 요동칠 전망인데요. 무역에서 동맹에 이르기까지 거래적 관점을 견지하는 트럼프 당선인에 대응해, 우리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APEC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갈레앙 공군기지에 도착해 공군 1호기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진짜 의제 '트럼프'…변화는 이미 시작"
제19차 G20 정상회의는 19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막을 내렸습니다. 회의의 주요 의제는 '기후 위기 대응'과 '글로벌 부유세 과세'였는데요. 실제로는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가 '진짜 의제'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G20 정상들은 회의에서 85개 항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지만, 개발도상국에 지구온난화 문제 대응을 지원하는 '신규 기후재원 확보 방안' 합의에는 실패했습니다. 부유세 부과 논의도 구체적 내용 없이 원론적 수준에 그쳤습니다.
합의 불발 배경엔 트럼프 당선인이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등 친트럼프 정상이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았는데요. 밀레이 대통령은 과거엔 부유세에 동의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한 뒤 입장을 바꾼 걸로 알려졌습니다. 기후 위기 대응 역시 트럼프 당선인이 반대하는 의제입니다.
G20 공동선언문에는 "비차별적이고 개방적인 다자무역 시스템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강조해 온 보호무역주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건데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긴장감이 반영된 모습입니다.
'트럼프 2기' 견제에 가장 적극적인 목소리를 낸 건 중국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18일 연설에서 '세계 다극화'와 '포용적 경제 세계화'를 강조했습니다. '중국에 60% 관세 부과'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트럼프 당선인을 겨냥한 겁니다.
시 주석은 또 개발도상국에 '일방적 개방'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경제·외교 분야에서 '주고받기'를 중시했던 기존 중국의 정책과 결이 다른 용어인데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당선인과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시 주석은 미국 동맹인 영국·호주 정상과도 만나며, 우군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손 내미는 시진핑…트럼프·바이든에 낀 '무기지원'
윤석열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와 G20 정상회의 등 5박8일의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오는 21일 귀국합니다. 그는 이번 다자외교 무대에서 북한·러시아의 군사 협력을 비판하고, 국제사회 공조를 확대하는 데 주력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번 순방에서 윤 대통령은 중국 관련 행보로 주목받았습니다. 지난 15일 페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년 만에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 도발·러시아 군사협력에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는데요. 두 정상이 방한·방중을 각각 제안하면서, 시 주석 방한도 초읽기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브라질 언론 인터뷰에선 "한국에 미국·중국 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기존의 '가치외교'에서 '실리외교'로의 기조 전환을 시사한 겁니다.
이는 '손익 관계'에 철저한 트럼프 당선인과 협력이 여의찮다는 점을 고려한 발언으로 보입니다. 북·러 밀착에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까지 다가오면서, 한국 역시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에 중국은 공급망 협력이 절실한 최대 교역국이고, 중국 역시 트럼프 집권기 동안 국제사회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 전통적 우호국이었던 북·러와 거리를 두면서 미국과의 전략 경쟁을 강화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당장 우리 정부로선 평화협정·조기종전을 공언한 트럼프 당선인에 대응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여부를 어떻게 할지를 두고 고심이 깊어질 전망입니다.
실제 북한 파병을 계기로, 적극적인 지원을 검토하던 정부는 미 대선 이후 신중한 반응으로 돌아섰습니다. 이르면 내주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특별사절단이 방한할 걸로 보이는데, 이때 논의가 구체화할 걸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장거리미사일 '에이태큼스' 승인과 이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 측의 불쾌감 사이에서 묘수를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