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가 더 짙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출 규제로 시장이 주춤한 상태에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추가적인 규제 완화나 정비 사업의 빠른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에 서울 전역의 매물이 일제히 증가한 것처럼 단기적으로는 매물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 전역의 매물이 일제히 증가했는데요. 서울 강동구(2%), 중랑구(1.9%), 서초구(1.8%) 등 22개 자치구가 하루 만에 매물이 1% 이상 늘었죠.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대외적 경제상황이 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가운데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대외적으로 신임도도 떨어지면서 부동산 시장도 안 좋게 갈 수 밖에 없다"면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택 처분이 급한 사람은 매물을 내놓고 나머지 사람은 관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에 따른 관망세가 이어질 경우 신축 공급은 감소하고, 구축 매물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호가가 낮아지면서 전국적 약보합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고, 지역에 따른 양극화는 더 심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탄핵이 부결되면서 정권이 유지된다고 해도 당장 정치적 불확실성 리스크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예정된 기간 동안 집권을 한다고 해도 정부의 정책적 동력이 상실되면서 힘 있는 정책을 펼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 스카이에서 보이는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 부동산 정책 사실상 '셧다운'…투자 심리 위축 불가피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지면서 우선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5만호 주택공급 계획 등 주택 공급 확대 정책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국토교통부는 8·8 부동산 대책에서 발표한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 제정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특례법은 현재 추진 중인 1기 신도시 노후계획도시 정비 사업에도 적용돼 법 제정이 차질을 빚으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죠.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8·8 대첵에서 발표한 정비사업 기간 단축, 절차 간소화 부분이 국회에서 법 개정을 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추진이 늦어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면서 "일정이 늦어질 경우 특히 서울의 경우 공급부족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시장의 동요는 크게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는데요. 고준석 연세대학교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일시적으로 심리적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내년에도 입주 물량이 부족하다"면서 "내년에는 금리가 인하되고 대출한도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IMF나 금융위기 때처럼 리스크 관리를 할 필요는 없다"고 했습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발의되고 탄핵 심판이 결정된 2016년 1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86.72 △86.76 △86.77 △86.76 △86.79 등으로 큰 변화는 없었는데요. 정권이 바뀐 이후인 2017년 5월부터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감으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1개월 연속 상승한 바 있습니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 매수 심리가 위축한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부동산 시장이 더 얼어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8일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2348건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8월 거래 6490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입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3주 연속 하락하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도 상승 폭이 둔화하고 있는데요.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달 첫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2% 하락했습니다.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달 21일 6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뒤 3주 연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