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했습니다. 이 대통령 당선 기대감에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공약과 관련한 주식들이 계속 강세 행진 중이지만 모든 공약이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낮은 까닭에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분야가 남북경협입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습니다. 경색된 남북 관계가 조금이라도 변할 여지가 생긴다면 주가도 반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용외교’ 북중러 관계 개선 천명
4일 이재명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이 취임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주식시장에선 그의 공약과 관련한 종목들이 초강세를 나타냈습니다. 인공지능(AI), 주택공급과 인프라 건설, 신재생에너지 관련주들이 이 대통령의 공약에 대한 기대감으로 날아올랐습니다.
특히 상법 개정, 부정거래 처벌 강화 등 자본시장 제도 개선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지주사 주식과 만년 저평가주, 주주환원에 소극적인 기업, 자사주가 유독 많은 기업 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후발주자로 고공행진을 펼쳤습니다.
다만 대다수 공약과 관련한 주식들이 한껏 기세를 뽐내는 와중에도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한 분야가 있습니다. ‘평화경제’에 관한 공약입니다. 꽁꽁 얼어붙은 남북 관계가 쉽게 풀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북한과 소통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할 뜻을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안전이 법이고 평화가 경제”라며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싸울 필요가 없는 평가가 가장 확실한 안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대선 과정에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고 취임사에서도 이를 반복하며 북중러 관계 개선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4일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위임으로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쇼이구 안전이사회 서기장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취임사에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뜻을 밝혔다.(사진=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트럼프, 북한에 긍정적
물론 북한, 중국, 러시아와의 소통은 우리 정부가 단독으로 추진하긴 어려운 분야입니다. 미국의 대중, 대러 정책 기조의 연장선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인 것은 중러와 달리 북한과의 대화는 미국 정부도 부정적이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날이던 지난 1월20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언급하면서 “김정은이 많은 해안을 가지고 있다”며 북한의 관광산업에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이게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8월엔 과거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 총비서에게 “러시아, 중국, 한국 사이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훌륭한 부동산을 갖고 있고 양쪽 바다 해안가에 아름다운 콘도가 올라가는 모습을 생각해 보라”라고 말했다는 비화도 밝혔습니다. 이는 향후 북미간 핵 협상이 진행될 경우 당근책으로 북한의 관광산업 개발 지원책을 제시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미국의 손짓에도 북한은 여전히 냉랭합니다. 그러나 지난 4월 6년 만에 해외선수단과 관광객을 초청해 평양마라톤을 개최했고 이달엔 강원도 원산에서 갈마관광지구 리조트를 개장해 중국, 러시아 등 관광객을 맞을 예정입니다. 소통창구가 열리고 대화의 실마리가 잡힌다면 관계 개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과거 경협과 달라…한전·의류 ‘글쎄’
따라서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대화가 열릴 경우 시장의 관심이 남북경협주로 쏠릴 가능성은 있습니다. 일단 대화가 시작된다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음 단계로 경제협력이 논의될 수 있겠지만 주가는 두어 발 앞서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남북경협 테마의 대표 주식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엘리베이터는 기대감이 조금씩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4월 한 달 오르다가 5월엔 쉬어갔는데 4일 대통령 취임식 당일 다시 급등세를 보이며 추가 상승을 엿보는 모습입니다.
북한의 먹거리 문제 해결이 시급했던 과거 경협 당시엔 농업 분야에서 비료업체들이 관심을 받았습니다. 남해화학, 조비, 롯데정밀화학 등이 수혜주로 분류됩니다.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신원, 좋은사람들, 인디에프, 제이에스티나 등 패션업체들도 경협 관련주였으나 만약 대화 창구가 다시 열리고 북한에 공장을 지을 수 있다고 해도 참여할지 알 수 없습니다. 한국전력 역시 경수로 사업이 북한의 핵 개발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낮습니다.
이보다는 북한에서 관광업을 영위했던 업체들이 좀 더 주목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골프장 리조트를 운영했던 아난티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신석재도 금강산 관광을 주도했던 통일교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어 관련주로 꼽힙니다. 도로와 철도로 사업이 확장된다면 건설주와 대아티아이 등 철도 관련 업체가 수혜를 받게 됩니다. 다만 남북경협주 대부분이 그렇듯 실제 대화와 사업 진행 추진보다는 기대감에 의한 상승을 예상됩니다.
이같은 관심이 시장에서도 조금씩 확산하면서 5일 증시에서는 일신석재, 좋은사람들, 제이에스티나 등이 급등했습니다.
다만 긴장이 완화돼도 과거와 같이 전방위적인 협력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이지만 관광처럼 수위가 낮은 분야라면 접근하기가 수월한 편입니다. 개성공단, 도로·철도 등 남북 공동인프라 건설은 장기적 과제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