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캐피탈사 신기술금융, 3곳 독식…중소형사 존재감 '제로'

신한·산은·IBK 등 세 곳이 전체 자산 중 80% 차지
불리한 규제 조건에 투자 자산 회수 리스크까지

입력 : 2025-09-18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6일 14:5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캐피탈사 투자금융 사업 중 하나인 신기술금융 자산이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다. 주요 캐피탈사 가운데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몇 곳만 적극적으로 취급 중이다. 투자 이후 자산 회수에 대한 리스크가 특히 걸림돌 요인인 것으로 평가된다.
 
업권 자산 80%가 세 곳에 쏠려…나머지는 존재감 ‘무’
 
16일 여신전문금융·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23개 캐피탈사의 올 상반기 신기술금융 사업 자산은 약 4조3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80.2%(3조4475억원)는 신한캐피탈, 산은캐피탈, IBK캐피탈 등 3개사가 차지하고 있다. 신한캐피탈이 1조7367억원으로 가장 많고 산은캐피탈이 9426억원, IBK캐피탈이 7682억원으로 그 뒤를 잇는다.
 
 
이들 세 곳은 신기술금융 부문을 포함해 ‘투자금융’ 자산이 많은 캐피탈사로 꼽힌다. 신한캐피탈은 투자금융 자산이 4조7830억원으로 전체 영업자산에서 41.0%를 차지한다. 산은캐피탈은 3조1348억원으로 30.0%, IBK캐피탈은 2조735억원으로 19.5%다. 캐피탈 업권 평균치가 15%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세 곳은 투자금융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투자금융 자산은 캐피탈사 본업인 여신전문금융 외에 유가증권 투자와 신기술금융 사업 두 부문으로 나뉜다. 유가증권 투자는 일반적인 채권, 주식, 펀드, 대체투자 등에 대한 것이고, 신기술금융은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출자 건이다.
 
신기술금융 자산의 투자 포트폴리오별 구성과 비중은 23개사 합계 기준 ▲투자주식 11.4% ▲출자금 85.1% ▲투자사채 3.1% ▲신기술금융대출금 0.4% 등으로 확인된다.
 
신기술금융 사업은 특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초기 단계 기업에 자금을 투자한다. 기업의 운영자금과 설비투자부터 경영 컨설팅, 기업공개(IPO) 등까지 지원하는 목적이다. 이후 투자 기업이 상장하거나 충분히 성장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 자금을 회수한다.
 
투자금융은 고금리 시기인 2023년 이후 더 부각된 면이 있는데, 건전성 리스크가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을 줄이는 대신 새롭게 늘릴 만한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22년 말 16조6000억원이었던 투자금융 자산은 올 1분기 21조9000억원까지 늘었다.
 
다만 신기술금융 자산은 같은 기간 약 1조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것도 앞선 3개 캐피탈사가 성장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3개사 자산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당시에도 80.8% 정도였다. 지난 3년간 나머지 캐피탈사는 신기술금융 분야에서 존재감 변화가 거의 없었던 셈이다.
 

(사진=신한캐피탈, 산은캐피탈, IBK캐피탈 각 사)
 
전통적 강자들이 시장 선점…제도적 여건에 회수 리스크까지
 
캐피탈사는 영업자산 포트폴리오가 기업금융부터 자동차 할부·리스, 소비자금융, 투자금융 등으로 구분되는데 구체적인 구성과 비중은 개별사마다 다르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면서도 강점이 있는 분야에는 따로 집중한다는 것이다.
 
캐피탈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신기술금융 부문은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캐피탈사들이 더 많이 다루는 영역”이라며 “기업금융 기반의 네트워크를 갖춘 곳들이 투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데, 신한은 그동안 워낙 많이 해왔고 산은이나 IBK는 그룹을 통해서도 많이 취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강자 여럿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신기술금융은 캐피탈사가 아닌 벤처캐피탈(VC) 쪽에서도 전문적으로 다뤄왔던 영역이다 보니 다른 중·소형사 입장에서 자산을 늘리기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진입장벽도 상대적으로 더 높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할부금융업과 신기술사업금융업 둘 이상을 함께 하려면 자본금 요건이 200억원이다. 반면 벤처투자촉진법에서는 20억원이다. 신기술금융은 투자 대상이 더 제한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도 받는다.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는 자산 회수에 대한 리스크가 마이너스 요인으로 부각된다. 투자금융 자체가 자산 회수에 대한 불안정성이 높은데, 신기술금융 부문은 투자 대상이 벤처기업인 만큼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회수가 지연되면 투자 지속에 따른 조달비용 확대, 자산에 대한 평가손실 발행 등으로 수익성이 저하된다. 신한캐피탈의 경우 지난해 신기술금융 손익이 721억원으로 그 전년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던 바 있다.
 
관련 업계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신기술금융 부문은 어떻게 보면 투자금을 묻어놓고 기다려야 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단기간 내에 이루기는 어려울 수 있고, 회수까지 기다릴 만한 여력도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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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양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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