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기자]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 평가 대상 13개 정책금융기관 중 산업통상자원벤처기업위원회 소관인 한국무역보험공사·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기술보증기금·한국벤처투자에 대한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중소 조선소 선수금환급보증(RG) 공백, 정부 출자 펀드의 불공정 계약 등 정책적 허점을 촘촘히 짚어냈습니다. 간혹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대체로 구조적 문제를 중심으로 실질적 대안을 모색하는 '정책 국감'의 틀을 유지했다는 평가입니다.
올해 산자위 국감에서는 현장성을 갖춘 질의와 대안 제시가 돋보였습니다. 김종민 무소속 의원은 세컨더리 펀드 활성화 등 벤처 생태계에서 정책금융의 '자금 순환'을 강조하며 다양한 정책 제안을 내놨습니다. 허성무 민주당 의원은 중소형 조선사 RG 발급 부족과 지역 혁신 펀드의 수도권 쏠림 문제를 제기하며 정책과 산업 현장의 괴리를 짚었습니다.
"중소 조선 RG 발급난 여전"
지난 16일 열린 무역보험공사에 대한 국감에서 허성무 의원은 "지난 4월 정부가 중소 조선사 RG 발급 확대 방안을 내놨지만 올해 보증 한도 4500억원은 대부분 소진됐다"며 "내년도 RG 특례보증 예산도 305억원으로는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도 지역 중소 조선소 경기는 정말 어렵다며 현장 애로 사항 청취와 개선 방안 마련을 주문했습니다.
정책금융기관의 역할 재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이재관 민주당 의원은 환변동 보험 제도를 언급하며 무역보험공사의 역할 확대를 주문했습니다. 그는 "최근 5년간 무역보험공사가 수출기업에 458억원을 손실보상하고 환차익 1400억원가량은 시중은행에 넘기는 등 수출기업과 시중은행의 가교 역할만 하고 있다"면서 "정책금융기관이라면 단순 가교 역할을 넘어 새로운 정책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내부통제 이슈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김동아 민주당 의원은 "신범수 상임감사는 윤석열의 충암고 선배이자 서울대 동문"이라며 인사 적정성 논란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신 감사의 해외 출장 비용이 과도하고 법인카드를 고급 한우집에서 사용하며 허위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장영진 무역보험공사 사장은 "한번 살펴볼 여지가 있다"고 답했고, 신 감사는 "업무 관련자들과 먹은 것은 사실"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정책자금 부실 증가·내부통제 구멍 '뭇매'
허성무 민주당 의원이 20일 강원 정선군 강원랜드에서 열린 국회 산자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열린 산자위 국감에서는 중진공의 정책자금 운영 부실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권향엽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정부 3년간 정책자금 부실이 코로나19 때보다도 증가했다"며 "정책대출 부실률이 2.73%에서 4.43%로 상승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비대면 대출 과정에서 신분증 진위 확인 오류로 203억원이 부정 집행됐는데 47억원의 디지털 전환 예산을 들이고도 대출 구멍이 생겼다"며 금융사고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은 공공기관 연대보증 폐지 부작용을 언급했습니다. 박 의원은 "연대보증 폐지 이후 법인만 세우면 개인은 면책된다는 인식이 현장에 퍼져 있다"며 "2019년 부실 금액 회수율이 17%였으나 지난해에는 9.8%로 줄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좋은 취지로 시작했더라도 도덕적 해이를 막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책 외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의 "홍보팀 직원이 약 30억원을 편취한 사건은 조직 전체의 통제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라는 지적에 강석진 중진공 이사장은 "기관장으로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송재봉 민주당 의원은 "우인식 비상임이사는 12·3 비상계엄이 합법적인 조치라고 주장한 인물"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추천에서 부적격 평가를 받아 국회에서 부결된 인사가 중진공 비상임이사로 재직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벤처 회수 시장·지역 균형 개선 시급
혁신 생태계 활성을 위한 한국벤처투자 관련 정책 제언도 이어졌습니다. 허성무 의원은 "지역 혁신 벤처 펀드가 이름만 '지역'일 뿐 실제 투자금의 절반이 수도권 기업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한국벤처투자가 제도 설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또한 이재관 의원은 "창업 초기 기업을 대상으로 IPO 실패 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독소 조항이 공공 자금인 모태펀드가 투입된 펀드에도 포함돼 있다"며 "불공정 계약을 방지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모태펀드의 역할을 재점검했습니다. 그는 "모태펀드는 민간투자 유도를 위해 도입됐지만 민간투자 매칭 비율이 2016년 81.3%에서 현재 60%대로 떨어졌다"며 "민간이 적극 참여하지 않고 모태펀드에만 의존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회수 시장 활성화를 강조한 김종민 의원은 적극적인 대안도 제시했습니다. 김 의원은 "벤처 투자 회수 시장 부진 문제 해결을 위해 조 단위의 세컨더리 펀드를 만들어 민간자금 유동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대희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세컨더리 펀드와 M&A 시장 활성화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습니다.
기술보증기금 대위변제액 증가와 채권 회수율 하락 문제도 거론됐습니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기보의 대위변제액이 지난해 1조3000억원까지 늘었고, 채권 회수율은 올해 8월 기준 1.33%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관 의원은 "기보 기술평가 상위 등급 기업의 사고율이 오히려 높고 회수율도 낮았다"며 "사고 기업 실태조사와 원인 분석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종호 기보 이사장은 "개선점을 도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임혜자 K-정책금융연구소 수석부소장은 "중소형 조선사 RG 공백, 정책자금 부실, 회수 시장 정체는 모두 정책금융의 순환이 막힌 결과"라며 "이재명정부의 첫 국감인 만큼 단순한 오류 지적을 넘어 혁신 자본이 순환할 수 있는 정책금융 거버넌스 재설계로 논의가 확장됐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종민 무소속 의원이 20일 강원 정선군 강원랜드에서 열린 국회 산자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승주 기자 sj.o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