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삼성전기가 올해 세 분기 연속 영업이익 개선에 성공하면서, 내년 연간 영업이익이 4년 만에 1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인공지능(AI) 훈풍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호조가 이어진 덕분입니다. AI·전장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이루고 있는 삼성전기는, 유리기판 사업에도 진출하며 체질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내년 연간 영업이익 증권가 전망 평균치(컨센서스)는 1조1415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12조3149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올해 잇달아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영업이익 ‘1조 클럽’ 복귀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삼성전기는 지난 2022년 연간 영업이익 1조1828억원 달성 이후 1조원을 밑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해 왔습니다.
이같은 기대감은 AI 호황으로 삼성전기가 직접적인 수혜를 입기 때문입니다. 삼성전기의 주력제품인 MLCC는 전기를 보관했다가 일정량씩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 들어가 ‘전자산업의 쌀’로 불립니다. 특히 기존 IT·모바일 시장에 더해 AI·서버와 전장 분야에서 MLCC 수요가 늘면서,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내년 MLCC 공급 부족(쇼티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삼성전기의 올해 상반기 MLCC 생산라인 평균 가동률은 98%로 최대치에 근접했습니다. MLCC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하반기에도 MLCC 가동률은 최대치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관련 삼성전기는 지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MLCC 업체들의 가동률은 지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특히 상대적으로 캐파(생산능력) 부하가 큰 전장용 대형 고용량 제품 수용 증가로 MLCC 수급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분위기이고, 이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5일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과 이와타 케이이치 스미토모화학 회장이 유리기판 제조를 위한 합작법인(JV) 설립 검토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기).
그러면서 캐파 지속 확대와 함께 생산 거점 다변화로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삼성전기 측은 “MLCC는 선제 확보해온 산업·전장용 캐파를 활용해, AI 서버·ADAS 등 산업, 전장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 말했습니다.
여기에 AI·서버용 FC-BGA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신호를 고속으로 처리해야 하는 서버용 FC-BGA는 일반 제품 대비 제품 크기와 내부 층수를 확대하는 만큼 고난도 기술이 요구됩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서버용 FC-BGA를 생산하는 삼성전기는 기존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의 공급량을 확대하고, AI 가속기 신규 고객사를 수주할 계획입니다.
이 밖에도 차세대 기판인 유리기판 시장에 진출하는 모습입니다. 유리기판은 플라스틱 기판보다 열에 강하고, 표면이 매끄러워 더 세밀한 공정 수행이 가능합니다. 이에 기존 플라스틱 기판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면서도 전력 소비량을 낮출 수 있습니다.
삼성전기는 최근 일본 스미토모화학과 유리기판의 핵심인 글라스코어를 제조하는 합작법인(JV) 설립을 검토하기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습니다. 스미토모화학의 한국 자회사인 동우화인템의 평택공장에 법인 본사를 두고 초기 생산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삼성전기는 4분기에도 MLCC 등 주요 제품을 중심으로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4분기는 물가 상승과 연말 계절성에 따른 부품 재고 조정의 영향이 있겠지만, AI와 전장 분야에서 고부가 제품 공급이 늘어나면서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개선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