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부동산 대출은 안 되고, 신용대출은 괜찮다?

입력 : 2025-11-14 오전 11:40:32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최근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이 잇따라 구설에 오르면서 수렁에 빠지는 모습입니다.
 
딱딱한 경제 기사 댓글을 보면 정곡을 찌르는, 촌철살인의 표현을 볼 수 있는데요. 최근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월례 기자간담회 기사에 달린 인기 댓글에서는 당국 고위직과 정책을 국민들이 어떤 시각에서 보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부동산 대출은 투기라 안되지만, 주식 대출은 투자라 괜찮습니다?"
"코스피 방어하려고 빚투 종용"
"2억원(이억원) 대출 받았다는 줄"
 
'2억원 신용대출 받았다는 줄'이라는 댓글은, 이 위원장이 "신용대출 건전성 위협할 정도 아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하는 조롱 섞인 말입니다. 
 
이 위원장은 신용대출이 최근 신용대출이 급증한 것을 두고 "건전성에 위협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반 주택담보대출이 같은 기간 줄어든 것과 대조적으로 신용대출만 늘어난 흐름에 대해서도 “잘 살펴보겠다”고 언급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10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신용대출이 전달 1조6000억원 감소에서 9000억원 증가로 돌아섰습니다. 반면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3조2000억원으로 전달 3조5000억원에 비해 둔화했습니다. 가계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신용대출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 우려에 대해 금융당국이 '문제 없다'면서 애써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위 출입기자단 월례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얼마 전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의 '빚투 옹호' 발언도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권 부위원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빚투(빚 내서 투자)도 레버리지의 일종'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가 비판을 받았는데요. 결국 사과했지만,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가 빚투를 옹호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지적이 단순히 말꼬리 잡기일까요. 금융당국의 기본적인 정책 방향과 금융 인식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수요 억제(대출 규제)라는 금융정책 수단에 집중하면서 엇박자가 나고 있는 것입니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은 강하게 조이면서 신용대출 급증에 대해선 침묵하는 상황, 여기에 고위 당국자들의 위선까지 겹치면서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간담회에서는 이 위원장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질의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이 위원장은 "공직자에 대한 여러분들의 평가고 주문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선 굉장히 마음 깊이 국민의 눈높이에 비춰서 더 사려 깊게 그런 것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무주택 또는 1주택 실소유자를 보호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책 번복이 도를 넘어섰습니다. 주택 소유와 대출을 죄악시하는 당국의 반(反)시장적 시각이 근본적 문제로 꼽힙니다. 서민들은 열심히 일해 소득 능력을 키우고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게 목표입니다.
 
이런데도 당국은 공급 정책에는 눈을 감아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하더니 소득이 되더라도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압박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구체적인 비율을 대출 상한으로 제시하고 그 이상 넘어가면 100% 현금이 있어야 합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집값 상승이 아니라 소득 여력이 되는데도 왜 집을 구하지 못하도록 하느냐는 것입니다.
 
고위공직자들은 부동산 투자 적기에 레버리지를 이용하거나 현금으로 규제 지역의 주택 여러 채를 구해놓고, 국민에게는 '형편 만큼 집을 구하라'고 하니 납득할리 만무합니다. 말로는 국민 눈높이를 맞추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헤매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종용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