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전 KT 대표 "왜곡된 이사회 심사에 불출마…KT 모르는 CEO 안 돼"

구 전 대표 'KT 대표이사 선임에 대한 입장문' 전해
왜곡된 지배구조 비판…"KT 모르는 낙하산 CEO 안 돼" 직격
내부 인재 강조하며 'KT의 상처 회복이 우선'…토탈TF 문제도 언급

입력 : 2025-11-14 오전 11:31:37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구현모 전 KT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 공모에 나서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배구조가 왜곡된 결과로 탄생한 이사회로부터 심사 받지 않는 것이 온당한 길이라 판단한 결과입니다. 그는 특히 KT를 모르는 낙하산 최고경영자(CEO)가 차기대표로 뽑히는 일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며 뚜렷한 선을 그었습니다. KT와 국가 기간통신망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사람만이 차기 대표이사로서 자격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구 전 대표는 14일 'KT 대표이사 선임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3년전 벌어진 외부 개입 사태는 우리나라 기업 역사상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자신의 퇴진 과정과 당시 이사회 붕괴를 정면 비판했습니다. 그는 "정관에 따라 추천된 대표를 외부에서 사퇴시키고, 사외이사들까지 물러나게 해 6개월 넘게 대표도 이사회도 없는 기형적 경영 공백이 생겼다"며 "국가 기간통신망을 책임지는 기업에서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구현모 전 KT 대표. (사진=KT)
 
이번 공모에 불참하는 이유에 대해선 "이후 새롭게 꾸려진 이사회가 내린 여러 결정들은 정당성을 회복하지 못했다"며 "이런 이사회에서 다시 심사를 받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임기만료 이사들을 전원 재추천하고, 정관에도 맞지 않는 인사 규정을 신설한 사례 등을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말 이사회 재구성 당시, 8명의 사외이사 중 임기 만료를 앞둔 4명(김성철·김용헌·곽우영·이승훈)이 모두 재선임되면서 '셀프 연임'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사회는 이달 회의에서 대표이사가 부문장급과 법무실장 인사, 주요 조직개편을 추진할 때 이사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내부 규정을 개정했습니다. 
 
구 전 대표는 외부 출신 CEO론에도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KT 역사와 문화, 기간통신사업자의 역할을 모르는 분들은 참여를 자제해달라"며 "인공지능(AI) 전문가라고 해서 KT CEO 자격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KT는 AI 기업 이전에 국가 기간통신망을 책임지는 회사"라고 강조했습니다. 언론을 향해서도 "통신 경험도 없이 이제서야 KT를 공부하기 시작한 사람들을 후보군으로 언급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KT 내부 인재의 역량을 강조하며 "지원자가 몰리는 이유 중 하나가 내부에 후보가 없다는 오해 때문일 것"이라면서도 "KT 내부에는 충분히 역량 있는 후보가 많고, 내부 인재가 선택될 때 지배구조는 비로소 단단해진다"고 밝혔습니다. 
 
구 전 대표는 재임 기간 대규모 인력 조정과 외부 임원 영입 등으로 인해 조직 내부에 "너무 많은 상처가 쌓였다"며 현 상황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습니다. 그는 "같은 직급임에도 수십년 기여한 직원보다 높은 급여를 받는 외부 인력이 수백 명 채용됐고, 약 2000명은 직무와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며 "특히 토탈 태스크포스(TF) 직원들의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직원들의 열정을 끌어내지 못하는 CEO는 성공할 수 없다"며 "KT 구성원을 존중하고 내부 역량을 믿는 대표가 선임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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