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애셋]‘코인상장’ 폭증…옥석 가리기 소홀 우려도

업비트·빗썸, 9~10월에 ‘러시’
올해 213건, 작년 대비 43%↑
거래수요 창출, 점유율 공방전
상장 기준 투명성 논란은 여전

입력 : 2025-11-28 오후 2:31:36
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홍하나 기자] 국내 1,2위의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이 올해 들어 공격적인 코인상장(ICO, Initial Coin Offering)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코인상장’이란 엄밀히 말해 거래소에서 투자자들이 코인을 사고팔 수 있도록 ‘거래 지원’을 한다는 의미인데, 주식시장의 IPO(Initial Public Offering)에 빗대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상장’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가상자산을 상장해 거래를 지원하는 게 기본 업무이긴 하지만, 거래대금이 줄어드는 등 위축된 상황에서 거래 활성화 및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격적 상장 전략을 펴기도 합니다. 
 
<디지털애셋>이 올해 1월부터 11월 말 사이에 이뤄진 업비트와 빗썸의 코인상장 건수를 분석한 결과, 두 거래소의 상장 건수는 총 213건으로 전년도 전체 상장 건수 대비 43%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기간 업비트의 코인상장 건수는 전년 대비 39% 증가한 93건, 빗썸은 46% 늘어난 12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11월 말 기준 업비트가 거래 지원을 하는 코인이 299개, 빗썸에서 거래 가능한 코인이 438개인 것을 고려하면, 숫자 면에서 올해 상장한 코인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 상장 추이. (이미지=디지털애셋)
 
주목할 점은 두 거래소의 코인상장 건수가 9월과 10월에 집중적으로 폭증했다는 점입니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 업비트의 코인상장 건수는 22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다섯 배 이상 증가했고, 빗썸의 9월 코인상장 건수도 1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세 배 이상 늘었습니다. 10월에도 두 거래소는 각각 13건을 나란히 상장하며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렸습니다.
 
거래 활성화 노린 공격적 상장
 
업계에서는 9~10월 사이 두 거래소의 공격적 코인상장이 거래대금 감소 국면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합니다. 가상자산 시장이 하락장에 진입하면 자연스럽게 거래대금이 줄어들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거래소들이 상장 물량을 늘리는 전략을 취했다는 해석입니다.
 
실제로 올 9월과 10월 두 거래소의 거래대금은 직전에 비해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업비트의 지난 9월 거래대금은 직전 달 대비 11% 감소한 813억원, 빗썸도 3% 줄어든 약 40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렇듯 거래대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새로운 가상자산을 상장하면, 해당 가상자산을 거래하려는 수요가 새로 생기게 됩니다. 여기에 각기 다른 거래소 간 상장 시점이 엇갈리면, 차익거래 수요가 더해지면서 거래량이 빠르게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들이 동시에 상장하지 않는 이상, 여러 거래소에서 해당 가상자산을 차익거래하려는 수요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수요가 시세 변화를 일으키고 또다시 리테일 유동성이 유입되는 일종의 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장점유율 확대에도 효과적 
 
코인상장은 각 거래소의 점유율 확대 전략에도 유용합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시장은 상당 기간 업비트가 70% 이상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 빗썸이 20% 초중반을 유지하며 2위를 지키는 구도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빗썸은 점유율 확대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코인상장을 공격적으로 진행해왔고,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WLD(월드코인) 상장이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지난 9월8일(현지시간) 나스닥 상장기업 에잇코홀딩스가 WLD 매입 계획을 발표하자 해당 가상자산의 시세가 52% 폭등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빗썸은 WLD를 발빠르게 상장한 상황이었고, 이를 거래하려는 수요가 빗썸으로 몰렸습니다. 이날 빗썸의 WLD 거래량은 2억2000만달러로 직전 달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하면서, 당시 시점 기준으로 사상 처음 시장 점유율 45%를 넘기는 성적을 냈습니다.
 
빗썸의 시장점유율이 하루 만에 10% 이상 급등하자, 업비트도 같은 날 WLD 거래 지원을 하며 대응에 나섰습니다. 지난 9월과 10월 업비트와 빗썸의 코인상장 건수가 유독 폭증했던 배경에는 이처럼 치열한 ‘점유율 공방전’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죠.
 
11월 말 기준으로 전체 점유율 성적을 보면, 빗썸이 코인상장 물량 공세를 통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9월 반짝 상승을 제외하더라도 올해 빗썸의 시장점유율은 이전보다 상승한 30% 선을 유지하는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업비트의 점유율은 기존 70% 선에서 60% 중반으로 내려앉았습니다.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 점유율 추이. (이미지=디지털애셋)
 
무분별한 상장, 부작용 우려도
 
시장의 모든 활동이 그렇듯이, 코인상장에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량 공세에 집중한 무분별한 코인상장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일반적으로, 코인상장은 가상자산 재단과의 충분한 소통과 이용자 보호 조치를 취한 후 이뤄지지만, 상장 건수에만 집중할 경우 이를 소홀히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일부 김치코인처럼 기초체력이 부실한 프로젝트 중 이용자보호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곳들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아울러 무분별한 코인상장은 해당 거래소의 신뢰도를 떨어트리기도 합니다. 업비트와 빗썸의 코인상장 경쟁이 활발했던 지난 9월과 10월 가상자산 관련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거래소가 이용자 보호보다 수익, 점유율 확대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이 이어진 바 있습니다.
 
여기에 각 거래소별 코인상장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의구심을 키우고 있습니다. 현재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인 닥사(DAXA)에서 코인상장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법적 효력이 없는 권고 사항인 데다, 거래소도 자체 가이드라인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코인상장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거래소 쪽은 “공개될 경우 악용될 소지가 있어 거래소 재량에 맡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입장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들이 코인상장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경우 이를 (코인 발행사 측에서) 악용할 소지가 있고, 이는 이용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이어 “정부 감독기관에서 각 거래소들이 닥사의 코인상장 가이드라인을 이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공개되지 않지만, 감독기관의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는 취지입니다.
 
홍하나 기자 0626hhn@digitalasset.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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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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