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직격탄…연말 '대어급' 분양 속속 연기

수요 위축·미분양 리스크 우려…연말 '공백' 가능성 커져

입력 : 2025-11-28 오후 1:56:24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연말 분양시장이 얼어붙고 있습니다. 통상 11~12월은 ‘밀어내기 분양’이 집중되는 시기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릅니다. 연이은 규제책으로 수요자의 대출 여건이 악화하자 건설사들이 수요 위축과 미분양 리스크를 우려해 분양 일정을 잇달아 조정하고 있는 것인데요. 
 
28일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실제 11월 전국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약 4만8000가구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물량이 계획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중 상당수가 일정 변경 또는 연기를 결정하면서 연말 공급량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21차 재건축 단지인 ‘오티에르 반포’는 당초 12월 분양 예정이었으나 내년 2월로 일정을 미뤘습니다. 이 단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시세 대비 큰 차익이 예상되며 '로또 단지'로 불렸지만, 대출 규제로 현금 마련 부담이 커진 가운데, 후분양 방식으로 계약금·중도금·잔금을 단기간 내 납부해야 해 수요자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 밖에도 서울 영등포구의 ‘더샵 신풍역’, ‘더샵 르프리베’ 역시 각각 2025년 1월과 2월로 분양이 연기됐습니다. 동작구 노량진8구역의 ‘아크로 리버스카이’ 역시 올해 청약이 예정돼 있었지만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 주요 지역에서도 분양 연기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수원 장안구의 ‘두산위브 더센트럴 수원’은 10월 분양 예정이었으나, 규제지역 지정 이후 분양 일정을 잠정 보류했습니다. 용인 수지구의 ‘수지자이 에디시온’도 일정이 두 차례 연기되며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대출 한도 축소에 수요 위축…건설사 ‘관망
 
이 같은 분위기 변화는 지난 10월 중순 발표된 ‘10·15 대책’의 영향이 큽니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시군이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으며, 분양가 15억원 초과 단지는 최대 4억원, 25억원 초과 단지는 최대 2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합니다. 기존에 일부 활용 가능했던 세입자 전세보증금을 통한 잔금 납부도 제한되면서 자금조달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졌습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적용되는 스트레스 금리도 기존 대비 3%까지 상향돼 수도권 전체의 대출 한도가 축소됐죠. 이러한 변화는 특히 대출 의존도가 높은 경기권 실수요자에게 직격탄이 됐습니다. 실제 연 소득 8000만원인 차주가 변동금리 4% 조건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스트레스 금리를 포함하면 대출 한도는 약 6900만원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처럼 분양 일정이 연쇄적으로 지연되면서, 연말 수도권 아파트 공급에 ‘공백’이 생길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은 12월 분양 물량이 사실상 ‘제로’로 집계됐으며, 수도권 전역으로도 공급 위축 현상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일부 조합과 시공사들은 분양 일정을 늦출수록 분양가를 더 높게 책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고 있습니다.
 
반면 정부의 규제에서 벗어난 비규제지역은 상대적으로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구리시, 화성 동탄, 용인 처인구 등은 12월에만 5개 단지, 약 2400가구 규모가 분양을 앞두고 있으며, GTX 개통과 교통 호재로 신고가도 잇따르는 중입니다. 특히 구리갈매역세권A4 단지의 경우 초역세권 입지와 함께 풍선효과로 높은 청약 경쟁률이 예상됩니다.
 
서울 송파구의 롯데월드타워 스카이라운지에서 보이는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이처럼 분양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건설업계는 당분간 수요자들의 자금조달 가능성과 시장 반응을 지켜보며 ‘관망 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규제지역에 포함된 단지들은 청약 실패 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을 조정하거나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적정 분양가 책정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규제 영향에 따른 단기 위축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일정은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만큼 내년 초를 기점으로 분양 재개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계약금과 중도금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중요한 만큼, 청약 흥행 실패가 자금 운용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시장 분위기를 면밀히 점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주요 건설사들의 현금성자산은 전년 말 대비 약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미분양과 분양 지연이 건설사 재무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연말이 다가오며 전통적으로 청약시장에 활기가 돌던 시기였지만, 이번에는 규제의 여파로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가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함께,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을 고려한 보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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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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