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시한 D데이…협치 '방향타'

12월2일, 이재명정부 첫 예산안 국회 처리 법정시한
계엄 이후 여야 협치 '실종'…예산안 가결 후도 '막막'

입력 : 2025-12-0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국회가 이재명정부 첫 예산안을 처리할 법정시한이 도래했습니다. 여야 합의가 필요한 예산안 특성상 향후 양당의 협치 방향타가 될 전망입니다. 다만 12·3 비상계엄 이후 1년간 정치권에선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각자도생' 행보가 뚜렷했던 만큼 향후 여야의 동행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1일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2026년도 예산안 논의를 위해 만났다. (사진=뉴시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 도래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은 1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삭감 폭을 어떻게 정할 수가 없어서 협상이 제대로 안 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여야 원내 지도부는 2026년도 예산안을 놓고 세 차례에 걸쳐 논의했지만,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여당은 야당의 과도한 삭감 주장이 합의 불발의 원인이라고 꼬집습니다. 한병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대안 제시 없이 시간만 끌고, 민생 예산은 무조건 감액하는 '침대 축구'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예결위원장으로서 인내하고 또 인내했으나, 국민의힘은 끝끝내 민생경제 예산과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 예산을 표적 삼은 무조건적인 감액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예산 삭감을 요구한 건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과 관련이 깊습니다. 구체적으로 △각종 정책 펀드 3조5421억원 △지역사랑상품권 1조1500억원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82억5100만원 △정부 예비비 4조2000억원 △대미 투자 지원 정책금융 패키지 예산 1조9000억원 등에 대한 삭감을 요구해왔습니다.
 
예산안 법정시한 내 처리는 여야 협치의 방향타가 될 전망입니다. 국회는 지난 2012년 국회 선진화법이 도입된 이후 예산안이 정시에 처리된 건 지난 2015년과 2020년 단 두 차례뿐입니다. 예산안은 국회법에 따라 법정시한을 넘기면 정부안대로 가결됩니다.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할 경우 심사 기일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민주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는 윤석열씨가 12·3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먹잇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은 야당이던 지난해 12월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정부 예비비 등을 전액 삭감한 예산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의결한 바 있습니다. 당시 윤석열씨는 예산안이 본회의에 오르기 전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민주당은 현재 대한민국 국가 재정을 농락하고 있다"라며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삼았습니다.
 
윤석열씨는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을 발동시키며 민주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를 그 명분 중 하나로 꼽았다. 사진은 윤씨의 비상계엄 선포를 바라보는 시민들. (사진=뉴시스)
 
당심 좇다 '협치 실종'
 
12·3 비상계엄으로 민주주의 위기를 겪은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여야 협치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입니다. 협치의 실종은 여야 지도부의 '당심 사랑'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정치적 기반이 미비했던 정청래 민주당·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당심을 업고 당선된 인물들입니다. 서로 양 진영의 극단에 서 있는 유튜브 채널에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당선이 확정된 후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만들어낸 승리"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강성 지지층 여론이 당론까지 영향을 끼쳐 여야 합의가 결렬된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 9월 여야 원내대표는 3대(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법 개정안을 놓고 잠정 합의했습니다. 특검 수사 기간을 추가 연장하지 않고 수사 인력도 필요한 인원만 증원한다는 내용입니다. 국민의힘은 같은 당 윤한홍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정부가 요청한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을 처리할 예정이었습니다.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의 격렬한 항의로 합의는 물거품이 됐습니다. 정 대표는 "내가 수용할 수 없었다"라며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재협상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강성 지지층과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물러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국민의힘도 지도부 차원에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의 메시지를 내놓지 않으며 민주당의 '내란 정당' 공세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오히려 장동혁 대표는 최근 전국을 순회하며 우파 연대를 강조하는 등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상황입니다.
 
오는 3일 새벽으로 예상되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의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국민의힘의 사과 여부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사과 가능성을 묻는 말에 "장동혁 대표가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 중이고 계속 고민 중에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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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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