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발 규제혁신 골든타임)②적자 늪에 증자 발목…인터넷은행 1년, 갈 길은 멀다

은행권 '메기 효과' 노리며 등장…'규모의 경제' 실현 못해
케이뱅크·카카오뱅크, 1분기 188억·53억원 당기순손실 기록

입력 : 2018-07-23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1, 2호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각각 지난해 4월과 7월 금융권 ‘메기’를 자처하며 야심차게 출발했다. 출범 당시 이들 은행은 영업점 없이 24시간 이용 가능한 100% 비대면 금융서비스로 은행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의욕을 내비쳤다.
 
실제 인터넷은행의 등장에 금융권이 바짝 긴장했다. 기존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여신 금리와 수수료를 제공, 은행 간 금리경쟁을 촉발시켰고 모바일금융시장도 급성장시켰다. 하지만 기존 은행과의 차별성 부각에 실패한데다 은산분리 완화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전광판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반 돌풍 일으켰지만…은산분리 장벽에 자본확충 '브레이크'
 
케이뱅크의 경우 출범 100일 만에 가입자 수 40만명과 수신(예·적금액) 6100억원, 여신(대출) 6500억원을 달성하며 연간 목표치를 돌파했으며 카카오뱅크는 가입자 400만명과 수신액 4조200억원, 여신액 3조3900억원을 기록했다.
 
비대면 실명 확인이 개시된 2015년 12월부터 1년간 16개 은행의 월평균 비대면 계좌개설 합산 건수가 1만2000건, 연간 기준으로는 15만5000여 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성장이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의 장벽에 가로막혀 자본 확충에 브레이크가 걸린 데다 각 시중은행의 모바일뱅킹 서비스도 다변화되면서 인터넷은행만의 차별성이 사라져서다.
 
이로 인해 인터넷은행의 돌풍 또한 1년 만에 사그라드는 모습이다.
 
올해 6월말 기준 케이뱅크의 수신과 여신잔액은 약 1조5700억원, 1조1300억원이며 카카오뱅크는 8조3000억원, 6조8000억원 수준으로 출범 100일 당시와 비교하면 성장이 더딘 편이다. 인터넷은행의 자산 비중 또한 전체 은행의 0.2%(작년 말 기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은행에서는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혁신’이 가로막혔다고 지적한다. 설립 당시 KT와 카카오 등 정보통신기술(ICT)기업 주도로 은행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은산분리 규제완 화를 담은 은행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며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가 됐기 때문이다.
 
자본 확충에도 발목이 잡혔다.
 
특히 케이뱅크의 경우 20여개로 나눠진 지분 구성 탓에 증자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실제 케이뱅크는 지난 12일 총 15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진행했지만 보통주 지분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전환주 300억원만 납입됐다. 현행법상 금융회사가 아닌 산업자본은 은행지분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보니 실질 사업자인 KT의 움직임에도 제한이 걸린 탓이다.
 
현재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는 KT(지분율 10%)와 우리은행(13.79%), NH투자증권(10%), 한화생명보험(9.41%), GS리테일(9.26%), 다날(6.61%), 케이지이니시스(6.61%) 등이 있다.
 
1년 만에 사그라든 '메기효과'…증자 막히며 사업운영도 '차질'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대출 상품은 물론이거니와 아파트 담보대출 등 새로운 산업 운영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현재 케이뱅크는 월별 한도를 정해 여신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월초 소진되며 원활한 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형국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한국투자금융지주(지분율 58%)를 중심으로 증자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ICT기업이 주도권을 가지려면 현재 10% 지분을 가진 카카오의 영향력이 더 커져야 한다. 상품 다변화와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금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실적 개선도 시급하다. 올해 1분기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각각 188억원, 5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각각 13.48%, 10.96% 작년 말보다 4.67%포인트, 2.78%포인트 감소했다. 대출이 늘면서 자산 덩치는 커졌지만, 당기순손실로 자본이 줄어든 탓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후 은행들이 비대면 신용대출을 활성화시켜 나가는 등 신용대출의 접근성 및 거래 편의성이 제고됐다”면서도 “당초 의도했던 중신용자대출을 크게 활성화하지 못하고, 자본비율도 하락해 흑자 전환을 위한 대출확대에도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안정적 사업운영은 물론 신규 상품과 서비스 출시 등을 통한 고객혜택 강화를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후속증자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 첫 번째 단계가 은산분리”라고 호소했다.
 
윤경수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미래전략개발부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국내 인터넷은행은 기존 4대 은행 위주로 이뤄져있던 은행권의 판도를 흔드는 '메기'가 되기 위해 출범했지만 아직까지 수익성은 저조한 상황"이라며 "사업 영역 대부분도 여신으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윤 연구원은 "현재 인터넷은행의 손익을 보면 비이자이익 측면에서도 마이너스"라며 "상품 다변화와 수수료 사업 확대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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