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진입했지만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은 여전히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업계의 맏형 격인 화웨이는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톱2로 등극할 날이 머지 않았고, 샤오미는 홍콩 증시 상장 후 연일 주목받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23일 주요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연간 글로벌 출하량 2억대를 목표로 순항 중이다. 지난 20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노바3' 론칭 행사에서 리처드 위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올해의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이미 1억대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글로벌 출하량인 1억5300만대를 넘어 올해는 2억대의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것. 수 년간 반복했던 애플의 2위 자리를 빼앗겠다는 공언이 실현될 날도 머지 않았다. 지난해 애플 아이폰의 글로벌 출하량은 2억1500만대다.
캐나다 토론토의 한 휴대폰 매장에 부착된 화웨이 P20 광고판의 모습. 사진/뉴시스
화웨이의 1억대 돌파 시점은 해를 거듭할 수록 빨라지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2015년 12월22일 사상 처음으로 1억대의 난관을 넘어선 데 이어 2016년에는 10월14일, 2017년엔 9월12일 각각 1억대의 제품을 출하했다. 위 CEO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7년 전과 비교해 51배나 급증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화웨이의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대비 14% 증가한 3930만대로, 10.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 중 중국 시장에서는 2100만대를 출하해 전체 시장의 24%를 차지했다.
화웨이의 도약은 해외 신시장 개척의 성과다. 포화된 중국 시장을 넘어 동남아, 인도, 유럽 등지에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며 인지도를 높인 결과다. 지난 3월 프랑스 파리에서 첫 선을 보인 플래그십 모델 'P20'은 유럽 시장에서 출시 4주 만에 10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했다. 역대 P시리즈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랍에미리트에서도 사전 예약 1주 만에 전작 출시 당일보다 3배 많은 판매고를 올렸다.
이에 힘입어 포춘이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도 순위가 대폭 상승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공개된 '2018 글로벌 500대 기업' 리스트에서 화웨이는 지난해 매출 893억달러로 72위에 랭크됐다. 전년도의 83위에서 11계단 오른 것. 지난 2010년 397위로 첫 진입을 한 뒤 9년간 꾸준히 순위를 높여왔다.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를 담당하는 컨슈머비즈니스그룹의 빠른 성장이 큰 기여를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컨슈머비즈니스그룹의 매출은 364억달러로 전년 대비 31.9% 증가했다. 전체 매출 증가율 13.8%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지난 9일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상장기념식에서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륙의 실수'의 대명사 샤오미는 증시에서 연일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홍콩 증시에서 거래되는 샤오미의 주가는 전 거래일대비 4.33% 하락한 19.02홍콩달러를 기록했다. 3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첫날 거래 금액인 16.8 홍콩달러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상장 후 최고가인 21.50달러에는 못 미친다. 중국 본토에서 홍콩 증시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에 쉬어가는 모양새다.
샤오미는 상장 이전부터 1000억달러의 자금을 모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숱한 화제를 낳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싱거운 잔치였다.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 고평가 논란 등에 휘말리며 공모가(17홍콩달러)에 못 미치는 첫 거래를 마친 것. 하지만 샤오미는 이내 상승 동력을 마련했다.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1주일간 26% 가량 급등했다. 이에 시가총액은 4870억홍콩달러(약 70조원) 수준까지 늘었다. 국내 시총 2위 기업인 SK하이닉스(약 60조원)보다 앞서는 규모다. 샤오미 창업자인 레이쥔 회장의 자산 가치도 크게 불어났다. 지난 15일 기준 포브스가 집계하는 실시간 부호 순위에서 195억달러의 가치로 중국 부호 순위 6위에 오른 것. 종전 61위에서 수직 상승하며 마화텅 텐센트 회장, 마윈 알리바바 회장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거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일시적일 것"이라며 샤오미의 진짜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샤오미가 최근 스마트폰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이상의 영역에서 적절한 퍼포먼스를 보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올 1분기 샤오미는 270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해 7.5%의 점유율로 글로벌 4위 업체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매출 1164억위안으로 창립 7년만에 1000억위안을 돌파했다. 올 1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대비 90% 증가한 17억위안을 기록했다. 마켓워치 등은 스마트폰과 모든 가전을 연결하는 '커넥티드 홈'이 그 대안일 수 있다고 지목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