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료 인하, 실효성 없어…대·중소 비용 나누는 구조 마련돼야"

대기업·카드사·임대인, 고통분담 촉구

입력 : 2018-07-23 오후 5:58:40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정부는 매출액 5억원 이하 자영업자 카드수수료를 낮췄다며 생색내고 있지만 실제 고용이 발생하는 상당수 자영업자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헛다리 짚는 정책을 일관하면 소상공인은 희망을 잃게 된다."
 
23일 서울 영등포동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사무실에서 열린 '최저임금 문제 해결, 갑들이 앞으로 나서라' 기자회견에서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수십년 간 낙수효과를 강조해온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자 자영업자들도 소득주도성장에 동참하기로 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처방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며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는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소상공인 생태계가 복원될 수 있는 근본 대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파리바게트를 운영하며 12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매출액이 5억원을 초과해 정부가 홍보하는 카드수수료 정책 혜택을 전혀 못받고 있다"며 "3억원, 5억원 미만 사업장은 카드 사용이 불편한 곳인 경우가 많은데도 정부는 '이만큼 수수료 낮췄다'고 알리는 데 급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자정 혁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지켜진 게 없다"며 "내년, 내후년이 좋아질 거란 희망이 있어야 오늘의 고통을 참고 이겨낼 수 있는데 정부가 카드수수료 문제부터 가맹사업법, 임대차보호법 등 전방위적으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법안소위에 들어가보면 조금만 이견이 있어도 다음으로 넘기니까 법안 통과에 진전이 없다. 여당은 야당이 일을 안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같이 안한 것 아닌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관련 법 통과를 서둘러달라"고 말했다.
 
노동자와 함께 소득주도성장의 다른 한 축인 자영업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정부가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홍춘호 한국마트협회 이사는 "소득주도성장을 위해서는 노동자의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자영업자 매출이 늘어나게 해줘야 한다. 어느 누가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불공정한 시장환경을 개선하는 경제민주화가 해답이다. 민생을 강조하면서 법안 발목을 잡고 있는 자유한국당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역시 말로만 촛불정신을 강조할 게 아니라 골목상권을 활성화시킬 법안을 힘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근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정책위원장(변호사)는 "소상공인 지불능력이 한계에 달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도 한 요인이지만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게 낮은 소득으로 사업을 영위하도록 강요하는 대기업의 횡포가 근본 원인"이라며 "최소 생계비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기 위해서는 임금 상승 부담을 대기업과 소상공인·중소기업이 나누기 위한 사회적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가 납품대금 조정제도를 통해 중소기업이 최저임금 인상분을 대기업에 요구할 수 있게 했고, 표준가맹계약서상으로도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에 조정을 요구하도록 했지만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조정이 활성화하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최저임금 인상 논란을 영세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 간 갈등으로 부각하는 경영계와 일부 언론의 태도를 비판하고, 대기업, 카드사, 임대인이 고통 분담에 나서는 한편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를 바꾸는 정부 정책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경제민주화네트워크는 한상총련, 한국마트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위해 활동해온 청년, 비정규노동자, 중소상인, 자영업자 시민사회 등이 모인 협의체다.
 
23일 서울 영등포동 항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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