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법 개정, 끝이 아닌 시작 돼야…임대·임차인 균형 정책 필요"

망원시장서 법무부 장관 간담회…박상기 장관 "공수처·검경수사권 못지 않게 중요"

입력 : 2018-08-17 오후 6:15:24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과거 관료들은 부동산 중개업자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 등을 포함해 부동산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임차인 보호를 꺼려왔다. 오늘 자리를 계기로 법무부 장관이 임대인과 임차인의 균형적인 관계를 분명히하고 앞으로도 시대적 상황에 맞게 제도개선에 나서주길 바란다."
 
17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복합 문화공간에서 열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관련 법무부 장관 간담회에서 박상기 장관이 "임대인과 임차인 간 힘의 불균형을 해소해 함께 이익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쪽이 피해보는 환경에서는 경제도 발전할 수 없다"며 임차인에게 불리한 현행 상가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한 데 대해 김남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은 "역대 법무부 장관 가운데 박 장관이 처음 민생투어를 했다. 서민을 위한다는 상가법 철학을 보여주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앞으로도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변화된 정부 역할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김 부회장은 "한국의 상가법은 임차인단체와 참여연대, 민변 같은 시민단체가 추진해서 만들었는데, 당시만 해도 관료들이 방어적인 관점에서 환산보증금 3000만원 이상 영세상인만 보호하게 만드는 등의 문제로 분쟁이 지속돼왔다"며 "이번 법 개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앞으로 임차인이 임대인과 대등한 협상권을 갖도록 세입자단체를 지원하고, 협상이 안될 경우 지자체나 중기부와 협력해 분쟁조정을 활성화하거나 관련 규정을 안내하는 등 계약문화를 바꿔나가는 것을 목표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기 장관 역시 권리금 회수기회 보장 강화를 포함한 임차인의 권리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화해 임대료가 너무 많이 오르면 결국 상권도 죽는다는 걸 건물주들도 공감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계약갱신요구청구권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포함한 상가법 개정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나 검경수사권 조정에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국회에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 등으로 인한 일방적인 계약 해지시 적절한 수준의 퇴거보상이나 입주를 보장하는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상인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비용과 시간을 써가며 법원에 쫓아다니는 상황을 막기 위한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법령과 시행령의 미비점을 최대한 반영해 상인들 아픔을 덜어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상인들 역시 법이 임차인을 전혀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며 법무부에 이미 문제로 지적된 부분을 하루빨리 시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건물주 갑질로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박탈당한 뒤 활동가 등 40여명이 고소·고발 당한 궁중족발의 윤경자 사장은 "3000만원 보증금에 300만원 월세를 보증금 1억, 월세 1200만으로 4배를 올려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나가라고 했다"며 "계약갱신청구권 기간 5년이 지나 법원은 건물주 손을 들어줬고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이후 건물주 말로는 12차례에 걸친 강제집행에서 1억원을 넘게 썼다고 한다. 우리가 전재산 1억5000만원 쏟아부은 돈을 못받게 하기 위해 그 돈을 썼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할 말을 잃었다.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왜 법의 보호는커녕 범죄자가 돼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태림 서촌 봉평막국수 사장 역시 "지은지 50년이 넘어 무너져가는 한옥을 고쳐 새집으로 만들고 열심히 장사했는데 건물주가 일방적으로 나가라고 했다"며 "시세에 맞춰 건물을 팔라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현재 권리금 회수를 위해 법원에서 소송 중인데 감정평가 결과 권리금 1억9000만원이 나왔다. 이마저도 법원에서 깎는다고 한다. 감정평가 결과도 시세의 반토막인데 이미 손해본 상황에서 재판에서 또 금액을 낮추면 감정평가는 왜 하는지 의문이다. 근본적으로는 건물주 잘못 만나 운이 나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현재 시스템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17일 서울 망원시장에서 열린 상가법 개정 법무부 장관 간담회에서 박상기 장관(오른쪽 네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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