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속고발권 내려놓고 과징금 2배 상향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총수지분 20%로 일원화…현대글로비스·삼성생명 등 영향권

입력 : 2018-08-21 오후 3:35:20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권을 내려놓는다. 기업 간 제품 가격을 짬짜미하거나 생산량을 조절하는 등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경성담합 행위에 한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과징금의 최고한도는 2배로 확대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1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에 합의했다.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은 1980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38년 동안 독점했던 중대 담합 법 집행 권한을 나눠 검찰도 자체적으로 수사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당정에 따르면 개정안에는 가격담합과 입찰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등 경성담함에 대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검찰·법원·시장으로 경쟁법 집행을 분산하는 내용이 담긴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제도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담합과 시장 지배력 남용 등의 법 위반 행위에 부과하는 과징금 최고한도도 2배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사건처리의 절차적 투명성 제고와 재벌 지배구조·불공정행위 규제 강화, 벤처기업 활성화 방안도 포함했다. 먼저 대기업집단에 대한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건전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적용 대상을 확대한다. 당정은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되는 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현행 상장사 30%(비상장 20%)에서 상장과 비상장 모두 20%로 일원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기업이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하기로 한 만큼, 규제 대상 대기업은 203곳에서 441곳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대표적으로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이 29.9%인 현대글로비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이 20.8%인 삼성생명 등이 새롭게 규제 대상에 편입된다.
 
대기업의 벤처기업 투자·인수 활로는 과감히 확대키로 했다. 우선 벤처지주회사 설립 자산총액요건을 현행 5000억원에서 200억~300억원 수준으로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벤처기업 외 연구개발(R&D)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도 벤처자회사에 포함하기로 하는 벤처지주회사 활성화 방안도 내놨다. 김 의장은 “재벌의 지배구조와 행태개선과 관련된 규제사항은 공정경제 구현을 위한 핵심사항이라는 인식하에 폭넓게 논의했다”며 “벤처지주회사가 기업형벤처캐피탈(CVC)과 유사한 효과를 내면서도 예상되는 부작용이 적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법집행의 절차적 적법성과 피조사 기업의 방어권 강화에 대한 내용도 개정안에 담긴다. 김 의장은 “법 집행의 절차적 적법성과 피조사 기업의 방어권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면서 “특히 공정위 고시로 정한 피심인 방어권 및 적법절차와 관련된 다양한 규정을 법률로 상향키로 했다”고 밝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 행정규제 수단에만 집중된 경쟁법 집행 수단을 검찰, 법원, 시장 등 다양한 주체로 분산해 보다 효율적 규율과 신속한 피해구제 가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건처리의 절차적 투명성을 강화했다”며 “피심의인 방어권을 제고하고 공정위 조사의 적법절차를 강화함으로써 사건처리 투명성을 높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재벌 개혁과 관련해선 “대규모기업집단의 지배구조뿐 아니라 불공정 행태 규율 등 다양한 이슈를 검토했다”며 ”시장과 기업에는 경제민주화의 분명한 시그널(신호)을 주겠으나, 기업의 법 준수 부담을 고려해 도입범위나 시행시기 조율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당정협의에 참석한 홍영표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병두 정무위원장,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뉴시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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