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쇼핑몰 의무휴업 압박…유통산업발전법 논의 속도

"유통환경 맞춰 규제 확대해야"…마트업계 "협력사 매출도 줄 것"

입력 : 2018-11-16 오후 3:25:44
[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의무휴업 규제 확대 법안 논의가 속도를 낸다. 시민단체를 비롯해 여러 이해 관계자들이 목청을 높이며 법안 통과에 힘을 싣는다. 전통시장과의 상생뿐만 아니라 유통산업 노동자들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의무휴업 일수를 늘리고 규제 대상도 확대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대형마트, SSM(기업형슈퍼마켓)에 한해 의무휴업이 도입됐다. 지난 2013년 의무휴업일의 범위가 '매월 2일'로 규정됐으며 현재 대형마트는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월 2회, 휴일 혹은 평일을 휴무일로 지정한 상태다. 그러나 드러그스토어(H&B스토어), 복합쇼핑몰 등으로 산업 형태가 변화하고 있으며 여전히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을 가지고 있어 이에 따라 의무휴업일을 확대 혹은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국회에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서른 여개가 계류 중이다.
 
온라인 판매 확대 등으로 사양길을 걷는 오프라인 대형 유통점으로서는 이같은 규제 확대가 버겁다. 한 마트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추석 등 휴일에는 수당과 함께 희망자만 근무하고 있다"라며 "의무휴업제가 더 확대될 경우 마트 내 협력사의 매출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안 논의는 속도를 내며 국회 통과 필요성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쌓고 있다.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대형유통매장 정기휴점제도 입법화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재홍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 본부장, 정민정 마트산업노동조합 사무처장,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서기웅 산업통상자원부 유통물류 과장 등이 참석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한 사회구조를 바꿔서 골목상권 및 영세자영업가 살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기휴점 제도 정착과 적정한 규제가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열린 대형유통매장 정기휴점제도 관련 토론회. 사진/김은별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형마트에 적용돼있는 의무휴업일을 늘리고 업종 역시 면세점, 편의점, 복합쇼핑몰 등으로의 확대·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발표를 맡은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과거 유통산업발전법 제정 당시 대규모 점포 유형은 6개 정도였는데 지금은 유통업의 형태가 쇼핑몰, 드러그스토어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라고 현 상황을 짚었다.
 
배재홍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 본부장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도입되고 대형마트 노동자의 휴식권과 건강권이 조금은 보장됐으나 여전히 부족하다"라며 "유통환경 역시 복합쇼핑몰·아울렛으로 이동하고 있어 유통환경에 맞춰 규제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복합쇼핑몰·아울렛은 67곳이 증가했다. 반면, 전통시장은 1600곳 넘게 영업했으나 지난 2016년에는 1441 곳으로 줄어들었다. 
 
정민정 마트산업노동조합 사무처장은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소개하며 백화점·면세점으로 의무휴업 규제를 확대할 것을 주장했다. 정 사무처장은 "백화점은 명절 당일 휴업하지만 월 1회 정기 휴점은 불규칙적이고 대형마트 노동자는 명절에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한다"며 "면세점의 경우 연중무휴 영업이어서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통판매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기본적인 조치로서 의무휴업 확대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해외에서는 유럽연합 8개 국가, 일본, 미국 등에서 강도 높은 의무 휴업이 행해지고 있다. 김 부소장에 따르면 유럽연합에서는 최근 유통 규제가 완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일요일 등 정확한 요일을 지정해 규제하고 있으며 크리스마스 등 특별 휴점을 두고 있는 나라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예외 규정은 존재하나 일반적으로 독일·덴마크·스페인·이탈리아·네덜란드·벨기에 등은 일요일을 정기 휴점일로 지정하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 부활절, 크리스마스도 휴점일로 지정했다.
 
김 부소장은 "유럽의 사례에 비춰봤을 때 노동자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유통산업발전법과 지자체 조례가 함께 개정될 필요가 있다"라며 "단계적으로 대형마트 휴점일은 격주, 월 2일에서 '월 4일'로 확대하고 백화점, 대형쇼핑몰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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