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신탁수탁고, 1년새 20% 급증

4대은행 신탁 수탁고 236조…신한은행 1위, KEB하나·국민 2위 경쟁

입력 : 2018-11-18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시중은행의 신탁수탁고가 1년 새 20% 증가하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다른 은행들도 신탁고 규모를 경쟁적으로 키우는 모습이다.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맞춤형 자산관리 수요가 높아진 데다 신탁 판매를 통한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시중은행의 금전·재산신탁 수탁고 현황. 그래프/뉴스토마토
 
18일 주요 시중은행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신탁 수탁고(공익신탁 제외)는 총 236조497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196조9027억원 대비 20.1% 증가한 규모다.
 
신탁이란 믿을 만한 금융회사에 돈이나 유가증권, 부동산 등을 맡기는 것으로 금융회사는 이를 운용해 수익을 낸다. 은행 입장에서는 신탁을 통한 수수료 등 수익이 비이자이익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놓칠 수 없는 먹거리로 꼽힌다. 특히 수수료 상한이 정해져 있는 펀드 등과 달리 자유롭게 상품을 만들고 수수료를 산정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 요인이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의 증가세가 가장 뚜렷했다.
 
올해 3분기 신한은행의 신탁수탁고는 69조7084억원으로 1년 전(53조2368억원)보다 31% 뛰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전신탁과 재산신탁 규모의 성장을 등에 업고 1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수탁고 규모 2위인 KEB하나은행과 비교하면 10조원 가량 앞선 것이다.
 
앞서 신한은행은 신탁 시장 선두를 잡기 위해 신탁연금그룹을 3개 본부로 세분화했으며 신탁사업 총책임자도 본부장급에서 부행장급으로 높였다. 또 지난 6월 입찰을 통해 '신(新)신탁운용시스템'도 재구축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올 3분기 금전신탁은 41조2064억원으로 1년 전의 33조8690억원 대비 21.6% 증가했고, 재산신탁은 28조5019억원으로 47%나 늘었다.
 
전통적인 신탁 강자로 꼽히던 KEB하나은행의 경우 수탁고 2위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말 현재 KEB하나은행의 신탁수탁고 규모는 59조9380억원으로 작년(52조9488억원) 보다 13.2% 증가했다.
 
부문별로 보면 금전신탁과 재산신탁 모두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금전신탁은 32조5035억원이며, 재산신탁은 27조4345억원이다. 그동안 KEB하나은행은 신탁본부를 신탁사업단으로 격상시키고 신탁 부문 라인업을 강화해왔다. 이 결과 작년 상반기까지 전체 은행에서 선두를 지켜왔다.
 
하지만 일부 불완전 판매 우려가 제기되며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앞서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EB하나은행이 ‘하나ETP신탁 목표지정형 양매도 ETN’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등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KEB하나은행에 대한 현장 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KEB하나은행이 멈칫하는 사이 그 뒤는 국민은행이 바짝 쫓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 3분기 56조254억원의 수탁고를 기록하며 1년 새 18.3% 급증했다. 같은 기간 금전신탁은 39조5620억원에서 46조7309억원으로 올랐고 재산신탁은 7조7703억원에서 9조2945억원으로 확대됐다. 국민은행은 올해 들어 이산가족 특화 신탁과 해외 ETF투자신탁 상품 등을 은행권 최초로 출시하며 공격적인 영업을 추진해왔다.
 
이밖에 우리은행은 금전신탁 36조341억원, 재산신탁 28조501억원으로 50조8255억원 규모의 수탁고를 확보했다. 우리은행의 수탁고는 작년 3분기의 43조3845억원에 견줘 17.1% 늘어났다. 주가연계증권(ELT) 등 신탁 판매를 위해 리서치 전문가를 잇달아 영입한 데다 자산분배형 등 라인업도 확장한 결과다.
 
한편 은행권의 신탁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10년 만에 '부동산신탁회사 신규인가' 방침을 밝히며 시장 확대를 예고한 데다 수익 다변화 차원에서도 신탁 부문을 놓칠 수 없어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별로 팻 신탁, 유언대용신탁 등 특화된 신탁상품을 출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만간 부동산 신탁회사까지 인가되기 때문에 신탁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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