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서…" 출퇴근 산재 신청, 정부예상의 6% 그쳐

제도 인지 부족하고 '낙인' 우려…'대인 보상' 자동차보험보다 유리

입력 : 2018-12-11 오후 3:40:33
[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정부가 올 1월부터 자가용, 대중교통, 도보 등의 방법으로 출퇴근 하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경우도 산업재해(산재)로 인정하기로 했지만 신청률은 6%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들이 이 제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보험 청구로 인한 사업장 손해가 없음에도 낙인찍힐까 우려해 기피하는 탓이다
 
 
 
 
11일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0월말 현재까지 출퇴근 산재보상 신청건수는 5562건이다. 이는 올해 정부가 예상한 94000건의 5.9% 수준이다. 보험금지급액도 정부는 올해 4083억원을 책정했는데 실적은 392억원으로, 전체예산의 10%도 채우지 못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출퇴근 산재 보상범위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 뿐 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산업재해 보상범위 확대 일환으로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출퇴근 경로 또한 마트에 들러 식료품을 구입하거나 병원치료를 받는 경우, 자녀 유치원 등하굣길, 점심식사를 위한 외부식당 이동 등 까지 모두 포함했다.
 
보상수준도 확대됐다. 특히 출퇴근 교통사고의 경우 운전자의 과실 정도와 상관없이 보상한다. 중증장해를 안거나 사망하게 되면 근로자 본인 또는 유족에게 평생 매월 연금이 지급된다. 치료를 종결하고도 이후 증상이 악화하면 언제든 재요양이 가능하다는 점, 재활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점도 산재보험만의 혜택이다. 자동차 수리비용이나 대차료 같은 대물보상이나 위자료 등은 산재보험에서 지급하지 않지만, 산재보험을 먼저 처리했더라도 이 부분은 추가로 개인 자동차보험을 통해 별도 청구할 수 있다. 근로자들이 필요한 보험금을 양측에서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대인 보상의 경우 본인의 과실비율이 높으면 자동차보험보다 산재 신청으로 인한 보상이 훨씬 유리하다. 하루 평균임금 10만원인 근로자 A씨가 퇴근 중 자동차 사고가 발생해 다발성 늑골골절로 90일간 휴업하고 요양치료를 했다고 가정할 때, 산재 신청시 A씨는 과실율과 상관없이 휴업급여 630만원과 요양급여(진료비) 75만원을 더해 705만원을 받는다. 반면 A씨가 자동차보험으로 청구할 경우 단독사고 또는 과실율 100%이면 0, 과실율 80%1591700, 과실율 20%6366800원밖에 받지 못한다. 위자료가 포함된 금액이며 대물보상은 포함되지 않았다.
 
유족 보상수준에서도 수명이 길어질수록 산재보험 효과가 크다. 근로자 B(40, 평균임금 10만원)가 퇴근 중 과실율 20%로 자동차 사고가 발생해 사망할 경우 산재 신청시 35세의 배우자는 65세에 58140만원, 7577120만원, 85세에는 96100만원을 지급 받는다. 반면 자동차보험으로 청구할 경우 위자료를 포함해 65세든 75세든 85세든 28377만원으로 동일하다.
 
산재보험에는 자동차보험에 없는 재요양, 직업재활급여, 합병증 등 예방관리, 재활 등의 지원이 있다. 자동차보험은 합의 후 재요양이 어렵지만 산재보험은 치료를 종결하고 이후 휴우장애가 오면 재요양을 신청할 수 있다. 재요양기간에도 휴업급여나 요양급여 지급이 가능하고, 장해상태가 악화할 경우 장해급여를 추가로 지급한다. 종결된 이후에도 필요에 따라 진찰, 검사, 물리치료, 한방치료 등 합병증 예방관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이점에도 불구하고 출퇴근 산재 신청건수가 적은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근로자가 산재신청이 가능한지 모르고 자동차보험으로 처리하는 경우다. 고용부 관계자는 "가벼운 접촉사고로 타박상이나 경미한 부상을 입을 경우 간편한 자동차보험으로 보상받는 경우가 많다""하지만 자동차보험에서 지원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선 산재보험을 통해 추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체의 경우 산재는 보험수지율(과거 3년간 납부한 산재보험료 대비 산재보험급여 비율)에 따라 보험요율을 인상 또는 인하하고 있어, 사업주는 근로자들의 산재신청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근로자 또한 낙인이 찍힐지 모른다는 우려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출퇴근산재는 사업체 보험요율에서 제외된다. 근로자 또한 기존에는 산재신청을 하려면 사업주 날인 확인이 필요했지만 이 또한 폐지됐기 때문에 신청 자체에 대한 부담도 작다.
 
근로공단 관계자는 "산재신청을 하면 불리할 것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높은데 제도개선을 통해 문턱을 많이 낮췄다""몰라서 신청을 못하는 근로자가 없도록 사례나 제도 장점 등에 대해 의료기관·보험사 협업을 통해 안내하고 홍보에 더 힘써 많은 근로자들이 산재보상을 통해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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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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