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광물 퇴출' LG전자·화학 윤리경영

채굴부터 제품 탑재까지 전 생산과정 공유…비윤리적 생산 원료 '아웃'

입력 : 2019-01-17 오후 8:00:00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분쟁지역에서 채굴·수출해 전쟁과 테러자금 조달 등 사용되는 ‘나쁜 광물’을 퇴출시키기 위한 LG전자와 LG화학의 ‘윤리경영’이 글로벌 업계의 모범 사례로 부각받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IBM, 포드, 중국 화유코발트, 영국 RCS 글로벌 등 5개 업체는 최근 코발트 공급망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파일럿(시범) 프로젝트에 협력하기로 했다.
 
화유코발트는 중국 저장성에 본사를 둔 세계 1위 정련 코발트 생산업체로, 지난해 LG화학과 중국 현지에 합작 생산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영국의 RCS 글로벌은 지난 2008년 설립된 글로벌 원재료 검증 업체다.
 
블록체인 시스템은 코발트가 광산에서 채굴돼 정련과 배터리 제조 등을 거쳐 전기차에 최종 탑재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공유하게 된다. LG화학은 프로젝트 참여 업체와 원재료 생산부터 조달·제조 과정의 모든 데이터를 RCS 글로벌에 전송해 신뢰성을 확보하고, IBM은 블록체인 플랫폼에 이들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는 구조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조작이나 해킹 위협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공급망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LG화학 등 참여 기업들은 올해 초 블록체인 플랫폼을 도입해 약 6개월간 테스트를 거친 뒤 정식 플랫폼을 구축하는 동시에 업계 표준 모델로 확대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코발트는 전기차와 스마트폰 배터리의 필수 소재로 최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채굴과 생산 과정에서 인권 유린·노동 착취,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전세계 공급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콩고민주공화국은 환경오염 뿐만 아니라 코발트 채굴에 어린이를 동원하는 등 인권침해 문제로 비판을 받아왔다.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은 "글로벌 배터리 선도업체로서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노력을 다하기 위해 파일럿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선 수년전부터 원재료 취득 과정의 '윤리성'을 엄격하게 따지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아예 분쟁광물 수입을 금지하는 규제를 만들었다. 분쟁광물은 아프리카, 남미, 동아시아 등 분쟁지역에서 채굴하는 금, 주석, 탄탈륨, 텅스텐 등 4대 광물을 일컫는다. 이 광물들은 휴대전화와 자동차, 보석 제조 등에 쓰인다. EU는 지난 2017년 분쟁지역의 광물·광석 수입을 제한하는 규제를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EU 소재 기업들은 윤리성이 검증된 공급망에서만 분쟁광물을 수입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 2010년 분쟁광물을 규제하는 법안을 제정하고, 2013년부터 상장기업들이 연간 보고서에 분쟁광물 사용에 대한 내용을 담도록 했다.
 
국내 주요 수출기업들도 선진시장의 규제 강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기준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LG전자는 지난 2010년 미국에서 규제화되기 이전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분쟁지역의 환경,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사들과 공동 대응을 위한 자사 기준을 정비했다. 구매방침과 협력회사 행동강령에 불법채굴 원자재 사용금지 조항을 포함시켰으며, 2011년 개정된 구매표준 계약서(Master Purchase Agreement)에도 관련 내용을 포함해 LG전자의 모든 협력회사가 이를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2012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분쟁광물에 대한 LG전자 입장’을 공표해 보다 상세하고 확고한 방침 및 최근 경과사항을 외부에 투명하게 알리고 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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