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경영 복귀 D-6, 보폭 확대된다

18일 집행유에 기간 만료, 한화그룹 "이미 총수역할, 의미 없어"

입력 : 2019-02-12 오후 10:00:00
[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집행유예 기간 종료를 앞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영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 회장은 현행법에 따라 2년간 그룹 내 대표이사를 맡을 수 없지만, 집행유예라는 족쇄가 풀린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그룹을 진두지휘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 회장은 지난 2014년 12월 법원에서 선고한 사회봉사명령을 모두 이행한 후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김 회장의 집행유예는 오는 18일 만료된다. 김 회장은 2014년 2월 배임이 인정되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 명령 300시간을 선고받았다. 이후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한화L&C, 한화갤러리아, 한화테크엠, 한화이글스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났다. 
 
집행유예가 만료돼도 당장 대표이사로 경영 일선에 서기는 힘들다. 특정경제가중처벌법에 따르면 금융회사 및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회사에는 집행유예 기간 만료일로부터 2년간 등기임원을 맡을 수 없다. 또 '총포·도검·화약류단속법'에선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된 사람이 임원일 경우 화약류 제조업 허가 취소 사유가 된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한화와 한화케미칼과 한화생명 등 금융계열사는 2021년까지 대표이사로 설 수 없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대전 중구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8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김 회장은 집행유예와 무관하게 경영활동을 이어온 만큼 그룹 내 경영행보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유죄판결을 받은 2014년 2월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회장직과 대주주 지위는 유지했다. 그해 12월에는 사회봉사시간을 이수한 후 사실상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자숙의 시간이 짧다"는 비판도 나왔으나 김 회장은 삼성그룹의 화학과 방산 계열사를 인수하고, 이후 세계 1위 태양광 셀 생산체계를 구축, 방산사업에도 힘을 실으며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때문에 한화그룹은 김 회장의 집유 이후 경영복귀 여부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계속해서 그룹의 수장을 톡톡히 해오고 있어서다. 현재도 김 회장은 자택과 회사를 오가며 총수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베트남 에어로스페이스 현지공장을 방문했으며, 현지 최대 유통업체인 빈그룹과도 협력관계를 모색했다. 올해는 문 대통령의 초정으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도 참석했다. 올 신년사에서는 '무한기업'이라는 화두로 내세우며 그룹의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할지에 대해선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그와 무관하게 지금까지도 경영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연(왼쪽 두번째) 한화 회장, 구광모(왼쪽 네번째) LG 회장, 정의선(왼쪽 여섯번째)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3세 경영 승계 작업이 현재 진행중이라는 점에서도 김 회장의 경영활동은 이어질 전망이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는 실무를 맡으며 경영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한화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한화의 지분은 김 회장이 22.65%을 소유하고 있으며, 김 전무와 김 상무의 지분은 각각 4.44%, 1.67%에 그친다.
 
김 회장은 올해 특히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 2007년 태국에서 해외시장 개척을 촉구했지만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한화그룹의 핵심 글로벌 전진기지는 베트남이다. 현재 베트남에는 한화생명과 한화에너지, 한화테크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진출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은 올해 글로벌 전진기지로 베트남을 부각했다"며 "사업영역으로서 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녹색환경발전 가능성과 시장 성장 등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그룹 창립 70주년인 오는 2022년까지 5년간 22조원을 투자해 핵심사업과 신산업을 키우는 과제도 남아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태양광에 9조원, 항공기 부품 및 방위산업에 4조원, 석유화학에 5조원, 서비스산업에 4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 기간 총 3만5000개의 일자리도 창출하기로 했다. 당시 그는 "한화그룹의 역량을 한 단계 높일 전략이자 사회와 약속"이라며 "한화의 미래 성장기반을 공고히 해 매출 100조 원 시대를 열어가자는 다짐"이라고 강조했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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