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커진 벤처캐피탈, "유니콘 만들자"…모태·세컨더리 펀드에 집중

작년 신규벤처투자 매년 증가해 작년 3조4249억…미·중 비하면 '새발의 피'

입력 : 2019-03-20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벤처기업 활성화에 불이 붙었다. 현재 6개에 불과한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약 1조원) 기업을 20개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인데, 정부는 벤처캐피탈(VC)을 마중물로 이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투자풀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니콘 기업을 만들기 위해선 조단위의 투자결성이 필요해서다.
 
18일 투자은행(IB)에 따르면 국내 벤처펀드의 평균 규모는 약 200억~300억원이다. 포트폴리오 구성 시 대략 10개 내 투자를 계획하더라도 20~30여개 기업에 투자가 가능하다. 지난해 이렇게 결성된 전체 신규벤처펀드투자액은 3조4249억원으로 전년(2조3803억원)보다 43.9% 증가했다. 투자 업체수는 1399개사로 전년(1266개사)보다 10.5% 증가했다.
 
신규투자 금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3년 1조3845억원 △2014년 1조6393억원 △2015년 2조858억원 △2016년 2조1503억원으로 집계했다.
 
전체 투자금액만 놓고 보면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개별펀드 사이즈는 글로벌 수준에 한참 뒤지는 수준이다. 벤처투자는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하이리스크 하이리턴형(고수익 고위험)’ 성격을 지닌다. 펀드 1개를 결성하더라도 리스크를 분산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기업별 투자금액은 낮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예비 유니콘이 될 만한 기업들은 이미 투자 규모가 수십억원이 아니라 수천억원, 많게는 조 단위까지 필요한 경우”라며 “국내 VC가 개별 기업에 수천억원을 투자히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국내 기업은 글로벌 VC로부터 투자를 받게 된다. 실제로 유니콘 기업이라 불리는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성공시킨 크래프톤(옛 블루홀), ‘로켓배송’ 쿠팡, 옐로모바일, ‘배달의민족’을 만든 우아한형제들,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 등은 모두 해외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VC 업계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대학 발전기금이나 기관투자자 등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축적돼 있는 상황인 반면 국내는 벤처캐피탈에 할당된 금액 자체가 매우 적다”고 말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투자 비중(2018년 기준)은 미국이 0.4%로 가장 앞섰고 중국이 0.26%, 한국은 0.19%에 불과하다.
 
특히 중국의 VC 시장 성장은 역대 최대치다. 작년 총 투자금액은 전년보다 30.8% 증가한 1397억달러(155조9275억원)으로 같은기간 미국의 VC 투자금액을 초과했다. 총 3725건의 투자가 이뤄졌다. 금액으로 비교하면 한국에 45배 수준이다.
 
이에 국내 VC도 판을 키우기로 했다. 우선 민간자금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모태펀드도 역대 최고인 1조원의 출자 계획을 밝혔다.
 
업계서도 환영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정책의 방향이 벤처기업을 유니콘으로 키우기 위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다만 얼리스테이지(Early stage·초기단계)에 있는 기업들에게도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균형 있는 발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벤처캐피탈 시장이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회수 시장도 활성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벤처캐피탈은 기업에 투자를 하고 그 결과를 회수해야만 새로운 기업에 재투자를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작년 기준으로 벤처투자 자금의 회수 유형별로 보면 장외매각 및 상환이 53.7%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IPO(32.5%), 프로젝트(8.2%), 기타(3.1%), M&A(2.5%) 등이 차지했다.
 
업계는  세컨더리펀드(Secondary Fund)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공개나 M&A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세컨더리펀드는 이미 투자한 벤처의 주식을 매입해 수익을 창출하는 펀드로 VC의 투자자금 회수를 돕는 수단 중 하나다.
 
벤처캐피탈 협회 측은 “세컨더리펀드의 총 출자와 분배는 2017년 최고치를 기록, 2018년과 올해까지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세컨더리 투자가능 금액은 전체의 3% 미만으로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엔젤 세컨더리 전용 펀드도 4년간 2000억원 규모로 조성할 예정이다. VC 투자전략 본부장은 “과거와 달리 세컨더리 시장도 상당수준 성장하고 있다”며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국 세컨더리 시장도 성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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