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특활비 상납' 김성호 전 국정원장 항소심서 "확증편향으로 시작한 사건"

검찰, 기조실장이 국정원장 '패싱'하고 청와대에 직접 돈 건넸다는 1심 판단 반박할 계획

입력 : 2019-06-12 오후 3:26:53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총 4억 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성호 전 국정원장의 항소심 재판이 12일 시작했다. 1심은 당시 청와대에 돈을 건넨 김주성 전 기획조정실장이 김 전 원장 지시 없이 청와대와 직접 접촉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이 항소한 사건이다. 김 전 원장은 법정에서 이 사건은 확증편향에서 시작했다며 공정한 판단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서울고법 형사1(재판장 정준영)는 이날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국고 등 손실)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원장에 대한 항소심 1회 공판기일을 열었다. 형사1부는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을 진행하는 재판부이기도 하다.
 
지난 1311심 무죄 선고 바로 다음날 항소장을 제출한 검찰 측은 “1심 판결은 증인 진술 신빙성에 대한 의문과 국정원 국고손실 주체에 대한 법리오인이 있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1심 재판부는 국정원 자금이 청와대에 전달된 것은 사실이지만, 돈을 직접 전달하고 1심에서 증인으로 서기도 했던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김 전 원장의 지시 없이 김백준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청와대에 직접 자금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바 있다.
 
변호인은 공소사실 중 김 전 원장이 임명 전후 이 전 대통령에게 직접 건넸다는 자금에 대해서는 “200849일 치러진 17대 총선 당시 여당 초선 출마자들에게 지원금으로 사용된 객관적 사실이 보이는데, 피고인은 그해 328일 취임하고 처음 특별사업비를 받은 건 410일이라 주려고 해도 줄 돈이 없었다면서 검찰은 피고인이 직접 청와대에 가서 준 걸로 상정하는데, 국정원장이 당시 1만원권 20킬로를 캐리어에 싣고 가서 대통령에게 직접 준다는 건 추측에 의한 상상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김 전 기조실장을 통해 건넨 추가 자금에 대해서는 김주성이나 김백준 진술 일부가 부합하지만, 두 사람 진술은 자기네 책임을 면하기 위해 허위진술을 한 게 원심 재판 여러 증언에 의해 객관적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김 전 원장은 모두진술에서 이날 오전 U-20 결승 진출을 언급하며 운을 뗐다. 그는 마지막에 에콰도르가 넣은 골이 비디오 판독 결과 업사이드로 밝혀져 노골이 선언됐다. 그 운동장에도 법의 지배가 살아 있었다. 공정한 심판이 있었다법치주의가 우리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사법부의 독립, 그것은 법관의 소신과 용기 그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사건은 확증편향이라고 할까, 당연히 국정원장은 이런 일을 했을 거란 편견에서 시작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정확하고 공정한 판단을 재판부에 바라마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은 1심 판단을 뒤집을 핵심인 국정원 구조와 성격상 국정원장 모르게 기조실장이 임의로 특활비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입증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김주성 전 기조실장과 당시 예산 담당 직원 이모씨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변호인은 김백준 전 비서관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710일 다음 기일을 열고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법원에 따르면, 김 전 원장은 지난 20083월 국정원장 임명 전후인 3~5월경 예산 편성 등 직무수행 및 현안 관련 이명박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각종 편의를 제공받을 기대를 하면서 현금 2억원이 든 여행용 캐리어를 이 전 대통령에게 교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어 같은 해 4~5월경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김 전 원장의 지시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게 현금 2억원이 든 캐리어를 전달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징역 3년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 1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론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 임기 1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교체된 김 전 원장이 당시 청와대에 협조적인 인물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검사 출신의 김 전 원장은 2006~2007년 법무부장관을 거쳐 20083~20092월 이명박정부 초대 국정원장을 지냈다.  

 
김성호 전 국정원장이 지난 1월31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활동비 뇌물' 관련 선고 공판에 출석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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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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