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삽질’, 죽어가는 지금에 대한 필사적인 ‘시선’

‘4대강 사업’ 이면에 얽힌 이명박 정권 핵심 관계자들 연루 ‘의혹’
고발 vs 이분법 vs 비난…’삽질’ 카메라 마이크가 전한 것은 ‘지금’

입력 : 2019-11-13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공공연한 거짓말. ‘공공연한의 사전적 의미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에 가깝단 뜻이다. ‘거짓말은 사실이 아니란 것. 사실과 사실이 아니란 것이 상충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건 그들만이 주장하고 그들만이 억지로 우기고 있단 뜻이다. 무려 22 2000억에 달하는 막대한 세금을 공공연한 거짓말로 포장한다. 5000만 국민 모두를 상대로 한 공공연한 거짓말’.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이 파헤친 4대강 살리기 이면 속내가 바로 공공연한 거짓말의 시작이고 끝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약속했다. 3면이 바다인 대한민국 현실에서 운하의 타당성은 어불성설이다. 이 논리는 결국 전국민의 거센 반대 물결에 부딪쳤다. 그리고 여기서 첫 번째 공공연한 거짓말이 시작된다. ‘4대강 살리기란 이름의 얼토당토않은 국책 사업이 첫 삽을 뜨게 된다. 이름만 바꿨다. 그 이면과 속내는 뻔할 뿐이다. ‘가재는 게 편이요, 초록은 동색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이 번들거리는 공공연한 거짓말은 이명박 정권 최대 치적으로 포장이 된다. 국토개조란다. 홍수로 인한 치수 사업으로 포장이 된다. 그들은 포장을 하고, 포장은 국민을 속인다. 속은 국민은 게 편이 됐다. 동색이 됐다. 속지 않은 국민은 눈 뜨고 코를 베었다.
 
영화 '삽질' 스틸. 사진/(주)엣나인필름
 
무려 12년 동안 취재를 하고 그 과정이 녹아 든 삽질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분노를 금치 못하게 한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가 없는 현실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뿐이다. 피해자는 우리 국토다. 만신창이가 됐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은 죽음의 강이 됐다. ‘녹조라떼가 그득했다. 초록색 물감을 풀어 놓았다. 물감을 풀어 놓은 정도가 아니라 초록색 녹조 덩어리가 둥둥 떠다닌다. 무려 60만 마리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그 동안 이명박 정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죽은 물고기는 채 5만 마리도 안 된단다. 수질 정화 작업이 이뤄지는 과정이라고 포장한다. 하지만 현장에는 수질 최하등급 4급수에서만 자라는 지표종 실지렁이붉은 깔따구유충만 득실거린다. 한때 외계 생명체로 불린 큰빗이끼벌레천지가 됐다. 대표적인 4대강 의혹 취재 기자로 불린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이미 죽어 버린 4대강 유역을 돌아 다니며 생()을 찾아 나섰지만, 눈에 밟히는 것은 모든 것은 사()일 뿐이다. 특히 금강 오염은 가장 심각했다. 수질을 정화해주는 모래를 모두 퍼낸 금강은 시퍼런 녹조 천지였다. 흐르는 강물을 막아 버린 거대한 콘크리트 는 강의 죽음을 지금도 가속화시키고만 있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결과로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공공연한 거짓말만 했다.
 
영화 '삽질' 스틸. 사진/(주)엣나인필름
 
이명박 정권 정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직 국가 원수란 타이틀로 모든 것을 차단시켰다. 인해 장막 속에 숨은 채 세상의 욕지기에서 자신을 보호했다. 이명박 정권 실세들은 앞다퉈 카메라의 시선에 불편함과 함께 대놓고 뻔뻔함을 드러냈다. 뻔뻔함의 대가는 부역이었다. 이명박 정권 당시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대는 극심했다. 정권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군 이래 최대 토목공사로 불린 4대강 사업을 밀어 붙였다. 그 시기 정권 부역자들은 모두 두둑한 대가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10년이 훌쩍 넘은 시간이 지났다. 부역의 시기에 전 국민을 상대로 뻔뻔하게 쏟아낸 공공연한 거짓말은 지금 단 한 사람의 카메라와 단 한 사람의 마이크 앞을 두려워 할 뿐이다. 그들의 모습은 옹색했다.
 
영화 '삽질' 스틸. 사진/(주)엣나인필름
 
옹색함은 그들의 몫이고 분노는 국민의 몫이다. 두 개의 상충된 감정 싸움 뒤에 숨은 누군가는 모든 것을 손에 쥔 채 비릿한 웃음만 짓고 있다. 뻔뻔함과 공공연한 거짓말 그리고 지금의 옹색함과 분노를 앞세워 모든 것을 손에 넣은 당사자. ‘삽질의 카메라가 가리키는 단 한 사람. 무리하고 불가능하고 필요 없고 도저히 해서는 안될 단군 이래 최대 토목공사를 밀어 붙인 단 한 사람. ‘삽질은 토목 공사 과정에서의 자금 흐름 그리고 사업 과정에 발생될 수 있는 다양한 리스크를 이권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그 한 사람의 권력이 이 모든 것의 정점이고 그 정점의 곁가지에 붙어살고 있는 부역자들의 지금을 비춘다.
 
삽질은 고발을 하지 않는다. ‘삽질은 비난 하지 않는다. ‘삽질은 이분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삽질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지금을 비춰주고 지금이 있기까지의 과거를 제시한다. 우린 그 과거를 잊고 있었다. 우리가 아프고 병들어 가고 있는 지금도.
 
영화 '삽질' 스틸. 사진/(주)엣나인필름
 
삽질은 우리의 얘기이고 지금이다. 이건 영화가 아니라 지금도 죽어가는 지금에 대한 시선이다. 개봉은 오는 14.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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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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