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인정 받은 타다 드라이버…플랫폼 노동, 변곡점 맞나

중노위 판단으로 플랫폼 노동 탄력받아…"근로자 지위 인정 2차 소송 모집할 것"
플랫폼드라이버유니온, 노동부에 '특별관리감독' 요구…사회적 대화 포럼도 주시 중

입력 : 2020-06-01 오후 4:04:05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타다 드라이버가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첫 사례가 나오면서 국내 플랫폼 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정부는 플랫폼 노동자와 형식적으로 계약관계를 맺은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한 타다 측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했다. 이번 판단을 계기로 플랫폼 노동자들은 플랫폼 기업의 사용자 책임과 정부의 위장 도급 플랫폼 기업 선제적 관리 감독을 요구하고 나섰다. 플랫폼 기업 쪽은 정부와 노동계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플랫폼드라이버유니온은 1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고용노동부에 위장 도급 플랫폼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배한님 기자
 
플랫폼 드라이버들로 구성된 노동조합 플랫폼드라이버유니온은 1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고용노동부의 위장 도급 플랫폼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촉구하는 집단 진정서를 제출했다. 집단 진정서에는 102명의 전직 타다 드라이버들이 참여했다. 
 
플랫폼드라이버유니온은 "노동청에는 이미 여러 타다 드라이버들의 진정서가 제출됐음에도, 지금까지 제대로 된 조사 한 번 진행하지 않았다. 이는 직무유기다"며 "노동 현장에서 불법 지휘 감독이 성행하고 있는 이유가 노동부의 무관심 때문이다. 같은 법 위반사업장, 즉 위장 도급 플랫폼 사업장 전반에 대한 근로감독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플랫폼드라이버유니온은 지난달 28일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가 전 타다 드라이버 곽 모 씨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을 계기로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곽 씨가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타다 드라이버는 프리랜서이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했다. 중노위는 재심에서 이를 뒤집고 곽 씨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노위의 판단은 대법원 판결과 유사한 효력이 있다고 간주한다. 따라서 중노위 판단은 앞으로 있을 타다 드라이버들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플랫폼드라이버유니온은 쏘카와 VCNC를 상대로 2차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플랫폼드라이버유니온은 지난 4월, 25명의 전직 타다 드라이버들과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김태환 플랫폼드라이버유니온 위원장은 "중노위 판단으로 승소 확률이 높아지면서 소송에 대한 문의가 많아져 7월 말까지 2차 소송 참여자를 모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플랫폼드라이버유니온은 지난 5월 14일 국토부가 출범한 모빌리티 혁신위원회에서 근로자인 드라이버들에 대한 논의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타다와 유사한 형태를 가진 파파나 차차 등이 중노위 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제정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과 그 후속 대책으로 마련된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는 향후 파파와 차차에 대한 관리 및 감독 문제와 직결된다. 김 위원장은 "혁신은 근로자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며 "모빌리티 혁신위원회가 근로자에 대한 기준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도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하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AB5(Assembly Bill 5) 법은 플랫폼 노동자를 독립계약자에서 피고용인으로 분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AB5 법도 타다와 같이 차량공유나 음식배달 업체가 인건비 절감을 위해 노동자와 '위장 도급 계약'을 맺는다는 지적에서 출발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해 6월 플랫폼 노동과 관련한 포괄 지침을 제정했다. EU 회원국은 지침에 따라 올해 안으로 플랫폼노동 종사자 등의 권리 보호를 입법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플랫폼드라이버유니온은 한국에서도 이와 같이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법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이번 중노위 판단을 보고 한국에도 AB5 법이 필요하다"며 "21대 국회가 플랫폼 노동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져가는 플랫폼 산업과 이를 따라오는 플랫폼 노동 문제를 풀기 위한 움직임이 국내에서도 시작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추산에 따르면 2019년을 기준으로 47만명에서 54만명의 플랫폼 노동자가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 이에 플랫폼 기업과 노동계는 지난 4월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을 출범했다. 오는 9월까지 배달 산업 플랫폼 노동 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해 1기가 활동한다. 
 
포럼도 이번 중노위의 판단에 주목하고 있다. 포럼에서 기업 측 간사를 맡은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현대 포럼에서 다루고 있는 사안이 물류(배달)로 여객을 다루는 타다와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똑같은 상황이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플랫폼 노동의 한 형태로서 참고할 만한 사안이라고 생각해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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