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경쟁 늪에 빠진 K-보톡스, 치료영역 돌파구 시급

지속된 가격경쟁에 수익성 내리막…시장 절반 이상 치료부문 성과 '전무'

입력 : 2020-07-0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보툴리늄 톡신 균주 출처 의혹 확산에도 불구하고, 보톡스 시장에 적극 뛰어든 이유에는 제품 특성에 기인한 높은 영영이익률이 존재한다. 소위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시장이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균주 도용 의혹을 낳으면서까지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과열된 경쟁 속 수년간 출혈경쟁이 이어지면서, 수익성 역시 뚝 떨어진 상태다. 특히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국내업체 입장에선 미용에 치우친 한계를 극복한 치료 영역 개척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 60%를 훌쩍 넘겼던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0% 수준으로 떨어지며 반토막이 났다. 경쟁업체 증가 속 가격인하 경쟁에 불이 붙으며 수익성이 저하된 탓이다.
 
2010년대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국내 미용 시장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 대접을 받았다. 2006년 메디톡스가 첫 국산 제품을 출시한뒤 휴젤(2010)과 대웅제약(2014) 등이 시장에 합류하며 대중화 시대를 열었고, 미용 제품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이는 해당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에게 한 때 6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안기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성장에 한계가 분명한 미용 시장 내 경쟁자들이 나날이 늘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품질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국산 품목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체들은 저마다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1회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보툴리눔 톡신 처방이 국내에서 수만원에 불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뜩이나 합리적 가격을 무기로 했던 국산 품목의 치열한 가격 경쟁은 자연스럽게 제조기업의 수익률 저하를 불러왔다. 실제로 국산 1호 보툴리눔 톡신 품목을 개발한 메디톡스의 경우 지난 2014년 영업이익률이 65.9%에 달했지만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며 201830% 초반대로 뚝 떨어졌다. 현재 시장 1위를 유지 중인 휴젤 역시 지난 2017년 영업이익률이 56%까지 치솟았지만, 이듬해 33%로 하락한뒤 좀 처럼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나치게 미용 시장에 치우친 한계 역시 극복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최근 주름살 개선에 가장 효과적인 제품으로 자리 잡으며 미용제품의 대명사가 된 보툴리눔 톡신이지만, 그 시작은 치료제였다. 1970년대 후반부터 사시와 눈꺼풀 경련을 치료하는 약물로 사용돼 온 보툴리눔 톡신은 근육경직과 파킨슨병 치료에도 사용돼 왔다. 미용 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 역시 눈 경련 치료를 위해 찾아온 환자에게 보툴리눔 톡신을 사용해 눈 주위 주름살이 없어진 것을 우연히 발견한 1990년대에 이르러서다.
 
국내에선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국산 제품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앨러간의 보톡스가 해외 시장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입지를 점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20185조원 수준이었던 전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내년 7조원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치료용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보톡스의 경우 안구근육경련 및 안면마비 완화, 과민성 방광염 등에 대한 치료 효과를 인정받은 상태지만, 국산 품목의 경우 치료 영역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낸 제품이 전무한 상태다. 때문에 전체 시장의 90% 이상이 미용 목적인 국내를 기반으로 해외진출을 노리는 국산 제품들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미미할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 업체들이 포화된 내수시장 돌파구 마련 차원에서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노리고 있지만, 모두 미용시장을 노린 상황이다. 그 역시 수출이 용이한 동남아를 비롯한 신흥국가 중심이다. 지난해 대웅제약이 국내사 최초로 미국 진출에 성공하며 대형 시장 진입에 성공했지만, 최근 균주 도용 판결을 받으며 무산위기에 놓인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고 해도 그 입지가 미국 제품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과 중국 제품 대비 높은 품질인 만큼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결국 가격정책으로 승부할 수 밖에 없다"라며 "근본적인 경쟁력을 획득하기 위해선 결국 치료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화된 내수 시장 상황 타개를 위해 국산 보툴리눔 톡신들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치료영역에서의 영향력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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