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의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특별공급 소득 기준 완화는 시장 수급불균형을 해소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패닉바잉'과 '영끌' 등 신조어로 대표되는 청년층 주택난 해소를 위해 진입 문턱을 한층 낮춘 셈이다. 나아가 서울 아파트 매수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물론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과 가을 이사철이 맞물리면서 벌어진 전세대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0월 첫째주(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대비 0.08% 오르며 6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고, 같은 기간 수도권은 0.14% 오르며 61주 연속 상승했다.
정부는 이날 현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별도의 추가 대책을 내놓진 않았다. 다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임차인의 주거안정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가 본격화된 이후 지난 9월 기준 서울의 공적보증(5억원 이하) 갱신율은 60.4%로 연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홍 부총리는 "좀 더 지켜봐야 보다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겠으나 제도가 정착될 경우 기존 임차인의 주거안정 효과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존 임차인들의 주거 안정과 별개로 시장에선 전세매물 감소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날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전세매물을 보기 위해 줄을 선 세입자들의 현장 사진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울 강서구 가양9단지 아파트라고 설명된 사진 속에는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 8명이 복도 한편에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실제 이날 온라인에 등록된 가양 9단지 전세매물은 단 5건에 그쳤다. 인근 가양 6단지 전세매물 역시도 4건에 불과했다.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89.3으로 통계상 최고치에 근접해 극심한 전세난을 대변하고 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수요가 공급량에 비해 많다는 의미로 이는 지난 2015년 10월(193.1) 이후로 가장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세난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소장은 "전세 부족이 여전해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전세가격 불안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4분기 아파트 입주가 예년보다 적은 것은 아니지만, 변화된 환경으로 새 아파트의 전세 물건이 예전보다 많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특별공급(특공) 물량의 소득기준을 20∼30%포인트 완화하겠다고 발표한 14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에 매물란이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