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버스 차벽'에 시민 보행 아수라장 된 광화문광장

대중교통·보행로 통제…행선지 검문 등 보행 차질
국민혁명당, 광장 진입 못 해…대규모 물리적 충돌 없어
일반 시민들까지 검문…곳곳서 경찰과 실랑이

입력 : 2021-08-15 오후 6:46:05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광화문역 가봤자 지하철 못 탑니다. 버스 타시려면 건물 뒤쪽으로 돌아나가세요."
 
광복절인 15일,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우려를 낳았던 광화문광장 대규모 집회는 열리지 않았다. 이날 서울경찰청이 186개 부대에서 1만 5000여명의 인력을 서울 도심 곳곳에 배치하며 집회를 '원천봉쇄'한 결과다. 다만 보행로, 대중교통 통제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경찰들은 종각역~광화문역~시청역으로 향하는 세종대로, 새문안로 인근 보행로를 펜스로 차단했다. 동선에 제한이 생긴 시민들은 경찰에게 '교보문', '지하철역', 명동 방향' 등 행선지를 말하고 길을 안내 받은 다음에야 이동이 가능했다.
 
취재를 나온 기자도 검문에서 자유롭지 못 했다. 경찰은 기자에게 신분증과 기자증을 보여달라고 한 뒤 "여기서는 (펜스 안으로) 통과시켜 드리지만 목적지까지 몇 차례 검문이 더 있을거다. 길을 돌아가는게 오히려 덜 번거로울 것"이라며 우회 보행로를 안내했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경찰버스 차벽으로 신호등을 보지 못하는 시민들의 경찰의 안내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경찰버스 차벽으로 인해 신호등이 가려진 세종대로 사거리에서는 시민들이 오로지 경찰의 신호에만 의존해 길을 건너야 했다. 횡단보도 앞에 서 있던 한 시민은 "바로 앞에 있는 건물도 돌아가야 하고 광복절에 태극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주요 검문 대상이라니"라며 허탈해 했다.
 
인근 가게들도 영업에 차질이 빚어졌다. 시청 인근 한 편의점 점주는 "주말이면 원래 손님이 거의 없긴 하지만 오늘은 유독 심하다"며 "내일까지 통제된다는데, 어쩌겠냐"고 한숨을 쉬엇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경찰의 안내에 따르는 편이었지만 일부 시민과 경찰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혁명당 등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회 대신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1인 걷기 운동'을 강행하자 이를 경찰이 검문하면서다. 경찰이 다른 시민들처럼 우회 보행할 것을 요청하자 이들은 "혼자서 걷는 것도 안되냐. 민주노총 집회는 전수조사도 안 해놓고, 이게 정치방역 아니냐"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속한 국민혁명당은 이날 오후 동화면세점 앞에서 기자회견 예고했지만 경찰의 통제로 이동하지 못했다. 결국 새문안교회 앞에서 임시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전 목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도심으로 진입하는 주요 도로와 한강 다리, 서울역 등 81개소에서 경찰버스 차벽, 펜스 등을 치고 임시 검문소를 운영 중이다. 무대 설치 차량, 집회 시위 용품을 실은 것으로 예상되는 차량, 관광버스 검문은 물론 일부 시민들을 대상으로 목적지를 묻거나 소지품을 검사하기도 했다.
 
광화문으로 향하는 교통편도 제한됐다. 광화문·시청·경복궁·을지로입구·종각역은 무정차 통과했고 일부 출입구는 폐쇄돼 출입이 통제됐다. 광화문으로 향하는 버스들도 우회운행 중이다.
 
15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경찰이 시민의 행선지를 스마트폰 지도로 확인하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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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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