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PC용 D램 현물가격이 7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으면서 반도체 피크아웃(업황이 정점을 찍고 하강)설이 제기된다. 하지만 지엽적인 지표를 가지고 미래 전체 시장을 전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1일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가격은 평균 3.889달러(약 4500원)였다. 이는 올해 1월28일 평균 3.875달러(약 4480원)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올해 최고점이던 3월말 5.3달러(약 6130원)보다 36% 떨어진 것이다.
반도체 현물가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가격이며 고정거래가는
삼성전자(005930)와 같은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구글 등 반도체 수요업체들에 D램 등을 공급할 때의 도매가격을 뜻한다. 통상 현물가가 떨어지면 고정거래가도 떨어져 업계에서 현물가는 고정거래가의 선행지표로 통한다. 메모리 시장의 90% 이상이 고정거래가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2분기 컨퍼런스콜 당시 장밋빛 미래를 예고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전망과는 다른 양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 당시 "하반기 메모리 시장 수요 자체는 견조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특히 PC용 D램의 경우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가 확산됨에 따라서 수요 강세가 전망되며 신규 운영체제(OS)로 인한 교체 수요 역시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D램 가격이 주춤한 이후 일부 증권가를 중심으로 '메모리 고점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메모리의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으며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최고점에 다다르면서 수요를 넘어서고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 전망 이후 삼성전자는 현재 '7만전자' 문턱에서 계속 허덕이고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샵에 전시되어 있는 반도체 패브리케이티드 웨이퍼. 사진/뉴시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최근 "고객사들의 서버용 D램 재고 수준이 높아지며 수요가 보수적으로 바뀌었다"며 "4분기 가격 추가 인상은 어렵고 오히려 최대 5%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는 등 PC용에 이어 서버용까지 D램 가격을 놓고 업계의 부정적인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업계는 올해 하반기 들어 D램에서 '차세대 D램'이라 불리는 DDR5로의 세대교체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호재가 충분한 상황에서 고점설은 설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물가는 PC용 D램에 자주 적용되는 한정된 가격이라는 점에서 중요시하는 지표가 아니다"며 "현물가를 가지고 전체 시장을 전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메모리 전망 관련해서는 "일부에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났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당장 올해 하반기에 메모리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보다는 현 수준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반도체 가격이라는 게 수요와 공급에 문제가 없을 때는 완만한 하향곡선을 타는 게 일반적"이라며 "반도체 업황 관련해서는 당장 (최근 고점론과 같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업계 분위기를 반영하듯이 지난달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 규모를 지난해 대비 25.1% 증가한 약 5509억달러(약 640조원)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전망한 4883억달러(약 570조원)보다 약 600억달러(약 70조원) 더 많은 것이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