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법원이 연합뉴스에 대한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 제공 계약 해지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송경근)는 이날 연합뉴스가 두 회사를 상대로 낸 계약해지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에서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채무자들이 11월12일 채권자에 대해 한 각 뉴스콘텐츠 제휴계약 해지통보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 뉴스 이용자 중 약 85.2%가 채무자들이 운영하는 인터넷뉴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언론 매체에 대해 취하는 뉴스콘텐츠 제휴 계약의 연장 또는 해지 결정과 시정 요청, 경고 처분, 노출 중단 등 제재 조치가 대상 언론 매체와 그 이용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전제했다.
이어 "제휴 계약 해지의 경우 대상 언론매체가 공론의 장에서 상당 부분 퇴출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제휴 계약을 해지함에 있어서는 엄격한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갖출 것이 요청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포털 제휴 계약상 해지 조항이 뉴스평가위와 포털사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도록 요구 하는 등 언론사에 불리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휴계약서에는 뉴스평가위 또는 채무자들에게 평가 및 재평가 결과(합계점수·항목별 배점결과)를 통보할 의무조차 부과하지 않고 있다"며 "제휴 언론매체가 재평가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물론, 재평가 및 해지 사유를 확인하고 이를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에 상당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사 규정에서도 뉴스평가위의 평가 및 재평가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방법이나 절차를 두고 있지 않다"며 "채권자로서는 1년의 기간이 경과한 후에 뉴스평가위에 새로 제휴신청을 해 제휴심사를 받고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계약 해지 조항이 언론사에게 시정 기회를 주지 않아도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등 포털 회사의 해지권 행사 요건을 부당하게 완화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채권자가 재평가 개시 이전부터 뉴스평가위가 부정행위로 지적한 뉴스정보 서비스를 중단하고 뉴스정보서비스를 담당하던 홍보사업팀을 해체했으며, 외부 감시기구 강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채무 불이행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나름의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다"며 "뉴스평가위와 채무자들은 재평가 및 해지 과정에서 채권자에게 시정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같은 조치를 고려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아무리 사적인 계약이라 하더라도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게 하는 제휴계약의 성질을 고려할 때, 제휴 언론매체들로 하여금 뉴스평가위의 권고나 그에 따른 채무자들의 조치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정의와 공평의 관념에 비춰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투명성과 객관성·중립성이 담보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지에 관해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뉴스평가위가 언론 단체와 시민단체가 추천한 위원 30명으로 구성됐다 해도 네이버·카카오 의뢰로 구성돼 이들 자금으로 운영되는데, 평가위원 선임 기준·절차에 객관성·독립성을 보장하는 명문 규정이나 장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배점기준이 정량평가 20점에 정성평가 80점인데다 정성평가 심사항목도 포괄적·추상적인 점, 언론 자유 제한은 엄격한 요건에서만 허용해야 하는 점, 20대 대선과 8회 지방선거를 앞둔 점 등도 가처분 인용 근거였다.
앞서 연합뉴스 기자가 아닌 홍보사업팀 소속 사원이 기사형 광고를 포털에 전송했다는 사실이 지난 7월 알려졌다. 이에 뉴스평가위원회는 지난 3월1일~7월7일 등록된 문제 기사 649건에 대해 130.2점 벌점을 부과했다. 뉴스평가위는 네이버에 32일간 포털 내 연합뉴스 노출 중단을 권고하고 재평가 대상으로 의결했다.
뉴스평가위는 지난 10월11일 재평가 결과 연합뉴스가 뉴스콘텐츠 제휴 최소점수 80점에 미달한다며 포털에 계약 해지를 권고했다.
네이버는 지난달 12일 연합뉴스 제휴계약을 해지하고 같은달 18일 효력 발생을 통보했다. 네이버는 이에 반발해 같은달 15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