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잡학사전)대동맥박리 골든타임 놓치면 위험

바로 수술하지 않으면 한 달 내 90% 사망

입력 : 2022-01-19 오전 6:00:00
사진/픽사베이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대동맥은 심장으로부터 온몸의 장기로 혈액을 내보내는 우리 몸의 가장 굵은 혈관이다. 대동맥이 찢어지면서 발생하는 대동맥박리는 절반 이상이 현장에서 바로 사망할 수 있는 매우 무서운 질환이다. 작게 찢어진 대동맥 내막으로 강한 압력의 혈액이 파고 들어 내막과 중막 사이를 찢으면서 생명을 위협하게 된다. 병이 시작되면 극심한 흉통을 호소하며 심근경색과 혼동할 수 있어 감별이 중요하다. 바로 수술을 하지 않으면 한 달 이내 90%가 사망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대동맥은 꽤 튼튼하고 두꺼운 관으로 가장 안쪽의 내막, 주로 근육으로 이루어진 중막, 그리고 가장 바깥쪽의 외막으로 구성된다. 성인은 혈관 지름이 3㎝ 내외로 심장에서 시작해 머리(상행 대동맥)-가슴(하행 흉부 대동맥)-배(복부 대동맥)를 지나 양 다리의 동맥으로 나뉜다.
 
급성 대동맥박리는 이런 대동맥의 내막이 찢어지는 질환이다. 혈액이 지나는 원래 통로와 찢어지면서 생긴 가짜 통로가 대동맥에 생긴다. 약 30~40% 환자가 발생 직후 현장에서 사망할 수 있다. 상행 대동맥을 침범한 경우 병원에 도착하더라도 응급 수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2일 이내에 50%, 생존 이후 한 달 이내에 90% 이상이 사망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질환이다.
 
대동맥박리를 유발하는 여러 가지 요인 중 하나는 고혈압이다. 환자의 70~90%에서 고혈압이 동반된다. 고혈압과 노화 등으로 인해 퇴행성 변화가 오거나, 마르판 증후군, 이첨 대동맥판막 등 선천적 요인으로 대동맥벽이 약해진 경우, 대동맥 중막에서 변성 변화가 일어나는 상태인 낭성 중층 괴사, 흉부 외상 등이 대동맥박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50~60대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고, 여성보다 남성에서 2배 더 많이 발생한다.
 
대동맥박리가 생기면 찢어질 듯한 극심한 가슴 통증이 갑자기 시작된다. 상행 대동맥에 발생한 경우는 가슴 쪽, 하행 대동맥에서 발생한 경우 주로 어깨뼈 부위에서 느끼게 된다. 상행 대동맥을 침범한 경우 경동맥이 차단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뇌 혈류에 이상이 생기면 몸의 한쪽이 감각이 없어지거나 마비가 오는 등의 신경학적 이상이 초래된다.
 
대동맥박리의 주된 원인은 고혈압이지만, 대동맥 파열이 발생해 심장이 눌리거나, 대동맥판막이 제 기능을 못 하면서 혈액이 심장 쪽으로 역류하여 급성 심부전으로 진행되면 저혈압이 생길 수도 있다. 하행 대동맥을 침범하면 척수신경으로 가는 혈류를 차단해서 하반신 마비, 장 쪽 혈관이 차단된 경우 복통 등이 나타나게 된다. 처음 통증은 매우 심하지만 점점 나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통증의 위치가 변하는 것은 대동맥박리가 점점 악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즉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상행 대동맥박리는 대동맥 파열로 인한 급사의 위험이 커 초기 수술적 치료가 원칙이다. 하행 대동맥박리는 파열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분지 혈관이 많아 수술 후 후유증의 위험이 크므로 내과적 치료를 하게 된다.
 
초기 내과적 치료를 시행하다가 주요 장기 손상이 있는 경우, 파열이 임박한 경우, 분지혈관으로의 혈류가 저하되는 경우는 하행 대동맥박리에 해당하더라도 수술 또는 혈관 내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한다.
 
수술의 목표는 박리 과정이 하방 또는 상방으로 진행하는 것을 방지하고 찢어진 내막 부위를 포함한 대동맥 부위를 인조혈관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급성 대동맥박리의 수술 사망률과 치명적 합병증의 발생 빈도는 다른 어떠한 수술보다도 현격히 높다. 이는 대부분 수술 전 환자의 상태가 매우 나쁜 데다 아니라 수술 자체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합병증은 주로 대동맥의 어느 위치를 어느 정도 침범했는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대동맥이 완전 파열된다면 이는 물론 급사로 이어질 수 있다. 저혈압이나 쇼크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대동맥 파열에 의해 상당한 양의 혈액이 대동맥 밖으로 새면서 발생하는 혈액 부족이나 새는 양이 아주 많지 않더라도 빠른 시간에 혈액이 심장 주위로 새면서 심장을 압박하는 심낭 압전, 급성 대동맥 판막 폐쇄부전증으로 인한 급성 심부전 및 폐부종에 의해 생긴다.
 
상행 대동맥을 침범한 경우 심장혈관(관상동맥)의 폐쇄로 인해 심근 경색 및 심지어 이로 인한 급사도 발생할 수 있다. 대동맥 판막을 침범해 다양한 정도의 대동맥 판막 폐쇄부전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대동맥궁을 침범한 경우 드물게 경동맥의 폐쇄로 인한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 하행 대동맥을 침범한 경우 척수신경으로 가는 혈관의 폐쇄로 인한 하지 마비, 장으로 가는 혈관의 폐쇄로 인한 장 허혈 및 괴사, 또는 신장 혈관의 폐쇄로 인한 급성신부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수술 장비와 재료, 의사들의 술기, 대동맥 응급 질환에 대한 치료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상행 대동맥박리의 수술 성적은 지속해서 개선되고 있다. 연구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수술 사망률은 약 5~20%로 보고된다.
 
대동맥박리를 선택적으로 예방하는 방법은 없으나 일차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과 함께 대다수 환자가 보이는 고혈압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마르판 증후군과 같은 유전성 결체조직 질환 또는 이엽성 대동맥 판막증을 앓는 고위험군의 경우 조직 일부가 선천적으로 약해진 상태이므로 혈압이 높으면 대동맥이 늘어나다가 어느 순간 대동맥박리로 진행될 수 있다. 세밀한 추적관리를 통해 사전에 대동맥의 확장 여부를 평가하고 박리가 발생하기 전에 조기 치료를 위해 담당 의사와 정기적으로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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