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박근혜정부 방해에도 물러서지 않고 무상교복 등 소신과 정책을 실행했던 강한 추진력, 특유의 사이다 화법으로 국민들 마음을 사로잡았던 인물.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그렇게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거치며 대선후보로 부상했다. 대중적 인지도와 달리 이 후보는 '비주류'의 길을 걸었다. 친노와 깊은 구원이 있는 정동영 전 의원의 팬클럽 회장으로 활동했고, 2017년에는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한껏 몰아붙이며 친문의 표적이 됐다. 불우했던 가정사를 딛고 검정고시를 거쳐 사법고시에 합격하는 등 파란만장한 역경을 겪었던 만큼이나 그의 정치사 또한 변방에서 중심으로 가는 과정이 혹독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높은 공약 이행률 등 성과가 그를 대선후보로 끌어올렸으나 암울했던 가정사에서 비롯된 형수 욕설 등은 그를 비호감 후보로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됐다.
강점(Strength) 유일한 행정경험 보유, 강한 추진력
이 후보는 대선후보들 가운데 유일하게 행정 경험이 있다. 이는 국정운영 능력 담보로 이어진다. 스스로 선거운동 과정에서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업적을 나열하며 정책으로 연결할 만큼 그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정책을 행할 때는 오직 시민만을 바라봤다. 때문에 포퓰리즘이라는 공격에도 직면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책을 집행했다. 복지부동하는 관료사회도 단칼에 제압했다. 단체장이 직접 정책을 챙기며 현장 일선에 서면서 공무원들도 그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계곡 정비사업은 이 후보의 강한 행정 추진력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후보는 계곡을 불법으로 점거해 비싼 자리값을 요구하던 상인들을 설득해 정비사업을 벌였다. 계곡 정비사업 이후 상인들이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책을 아끼지 않으며 반발을 최소화했다. 성남시장 시절에는 박근혜정부가 '성남시 3대 무상복지'(청년배당·공공산후조리원·무상교복)를 막아섰지만, 굴하지 않고 추진해 소신과 뚝심을 인정받았다.
약점(Weakness) 대장동 의혹에 가족 리스크까지
이 후보는 다양한 '의혹'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우선 이 후보의 발목을 잡는 건 대장동 의혹이다. 스스로는 단군 이래 최대의 공익 환수 사업이라며 치적으로 삼지만, 화천대유 김만배씨 등이 천문학적 이익을 챙긴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배임 등의 혐의에서 벗어난다 해도 이재명 성남시정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자체가 그의 유능을 괴롭히는 약점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이는 집값 폭등으로 성난 부동산 민심에 기름을 끼얹는 최대 악재로 작용했다. 가족 리스크도 이 후보에게는 큰 짊이다. 이 후보의 장남 동호씨는 불법 도박, 성매매 의혹을 받았다. 배우자 김혜경씨 역시 사적 심부름 등 갑질 논란이 일면서 활발하던 대외활동을 잠시 접었다. 이 후보는 고개 숙여 수차례 사과했지만 비호감만 높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후보 스스로도 형수 욕설 등 과거사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권교체에 대항하는 전선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이 후보 최대 약점으로 지목된다.
기회(Opportunity) 한계 보이는 윤석열, 안철수의 존재
기회도 있다. 유력한 경쟁상대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다양한 의혹의 중심에 서면서 선거를 이 후보가 의도한 대로 '유능 대 무능'으로 끌고 갈 수 있다. 윤 후보는 고발사주 의혹을 비롯해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이력에 무속 논란까지 겹쳤다. 장모 최은순씨 사법 문제도 끝나질 않았다. 특히 윤 후보가 정치신인의 한계를 벗지 못하고 TV토론 등에서 허둥대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국정 최고지도자를 뽑는 대선에서 이 후보의 경험과 유능이 빛을 발할 수 있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지만 이를 온전히 윤 후보가 흡수하지 못하는 것도 이 후보로서는 파고들 기회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윤 후보에게 비우호적인 언급을 할 경우, 유승민 후보가 '배신자' 덫에 갇혀 힘 한 번 못쓰고 탈락한 것처럼 그를 보수표심과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완주도 이 후보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안 후보가 이 후보에게 가야 할 표심을 잡는 악재라는 평가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야권 분열은 여권후보에게 유리한 지형을 안겨다 준다.
위협(Threat) 진영결집 미완성, 흔들리는 서울·2030
이 후보는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혔다. 좀처럼 서울 민심이 이 후보 쪽으로 돌아서지 않는 가운데 또 다른 승부처로 평가받는 2030마저 이준석발 갈라치기로 이 후보와 멀어졌다. 주도하는 전선이 없다 보니 계속해서 방어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역대 민주당이 배출한 대통령 모두 지역으로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세대로는 2030을 안고 시작했다. 이 후보는 과거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강성 친문을 비롯한 진영 결집도 아직 미완성이다. 일부는 아예 SNS 등에서 대놓고 이 후보를 비토하고 있다. 40% 선을 내주지 않는 임기말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보다 미래권력인 집권여당 후보의 지지율이 낮은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부인 김혜경씨를 곤궁에 처하게 했던 갑질 논란 사례도 계속해서 터져나올 수 있다. 이를 폭로했던 전 7급 별정직 공무원의 휴대폰에는 아직 공개하지 않은 자료가 여럿 있다는 말이 여권 내에서부터 흘러나온다. 돌연 실용을 표방하며 중도로 돌린 이념 전선도 과거 그의 주장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이재명 색깔을 잃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정책적 차이도 실종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5일 부산 해운대 이벤트광장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