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에 김혜경 "거듭 죄송…수사 통해 책임지겠다"(종합)

"A씨와 배씨 관계 몰랐다고 해서 책임 회피하겠다는 것 아니다"

입력 : 2022-02-09 오후 6:21:56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선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씨는 9일 오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의 부족함으로 생긴 일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여 사죄했다. 
 
앞서 전직 경기도청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7급 별정직 공무원 A씨는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할 당시 도청 총무과 소속 5급 공무원인 배모씨의 지시를 받고 약 대리 처방, 음식 배달, 옷장 정리, 제사음식 준비, 추석 명절 선물 배송 등 지극히 개인적 심부름에 동원됐다고 폭로했다. 특히 심부름 과정에서 도청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의혹도 더해지면서 법 위반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국민의힘은 즉각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러자 김씨는 지난 2일 서면 입장문을 통해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이 후보도 수차례 사과하며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에 대해 경기도에 감사를 요청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심지어 조국 사태의 내로남불 비판을 연상케 하는 여론 질타가 이어지면서 대선 표심에 악영향을 미치자 김씨가 공개 사과에 나섰다. 이낙연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과하는 게 필요하다”고 압박한 것도 김씨에게는 부담이었다. 
 
김씨는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배 전 사무관은 오랫동안 인연을 맺은 사람"이라며 "오랜 인연이다 보니 때로는 여러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모든 점에 대해 조심해야 하고, 공과 사의 구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다"며 "특히 제보자, 당사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또 "대선 후보 배우자로서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며 "그분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근심을 드리게 됐다"고 했다. 
 
그는 "제가 져야 할 책임은 마땅히 지겠다"며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거 후에라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설명드리고 끝까지 책임을 질 것"이라며 "모두 제 불찰이고 부족함의 결과다. 앞으로 더 조심하고 더 경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거듭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씨가 기자회견을 위해 9일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김씨는 A씨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질의응답에서 "배씨는 성남시장 선거 때 만나서 오랜 시간 알고 있었던 사이"라면서도 "A씨는 제가 경기도에 처음 왔을 때 배씨가 소개시켜서 첫 날 인사하고 마주친 게 전부다. 그 후 소통이나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또 "제가 배씨와 A씨의 관계를 몰랐다고 해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며 "제 불찰이라 생각하고 A씨는 피해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기자들이 '어디까지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지금 수사와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며 "실체적인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협조하고 거기에 따라서 결과가 나오면, 응분의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질 것"이라고 구체적은 답은 피했다. 
 
김씨는 발언 내내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는 모습을 보였다. 발언 마지막에는 훌쩍이기도 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재명 후보가 환하게 웃고 있는 기자회견장 배경 현수막을 떼고, 김씨가 흰 배경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김씨는 이 후보와 함께 기자회견장에 함께 서지 않았다. 김씨는 '사과한다고 하니 이 후보가 뭐라고 했는지' 기자들이 묻자 "진심으로 사과드리면 좋겠다고 했다"고 짧게 전했다.
 
김씨는 차량으로 이동하는 도중 '상시 조력이라는 게 어떤 것이냐', '황제 의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등 쏟아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대기된 차량에 탑승했다. 김씨는 걸어가면서 잠시 다리에 힘이 풀린듯 주저앉는 모습도 보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씨가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잉 의전 논란과 관련해 사과한 후 당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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