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동네 병·의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꺼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 3년여가 다 됐는데도 주체마다 각자 다른 용어를 쓰는 실정이다.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mRNA 2가 백신은 사전검토를 받고 있다. 2가 백신은 하나의 백신 안에 두 개의 항원을 넣은 것으로 화이자와 모더나의 경우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인 우한주와 오미크론(BA.1) 항원을 발현하도록 백신을 설계했다.
이 백신을 두고 개발사와 식약처, 질병관리청(질병청)은 서로 다른 용어로 지칭하고 있다.
먼저 개발사의 경우 두 개의 항원이 발현된다는 의미로 2가 백신이란 용어를 선호하는 모양새다. 우리나라에서 첫 오미크론 백신 사전검토를 신청한 모더나 역시 한국법인 기자간담회나 보도자료 등에서도 2가 백신이란 말을 주로 사용했다.
반면 식약처는 BA.1 항원이 포함된 백신을 두고 2가 백신보다 다가백신으로 설명한다. 앞선 사례를 보면 식약처는 지난달 20일과 이달 5일 각각 모더나와 화이자 오미크론 백신 사전검토 착수 보도자료를 배포할 당시에도 다가백신으로 기술했다.
반면 질병청의 경우 2가 백신, 다가백신과는 조금 다른 개념인 개량백신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최근 질병청의 공식 석상에서 개량백신이라는 말이 나와 가장 큰 주목을 받았을 때는 지난 16일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이었다. 이날 브리핑에서 백경란 질병청장은 모더나의 2가 백신 사용 계획을 묻는 질문에 "심의 신청이 진행되는 대로 개량백신의 효과성과 안전성, 방역 상황이나 도입 일정, 물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8월 말경 발표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개발사와 정부 기관마다 다른 오미크론 백신 표현을 두고 전문가는 보다 가치중립적인 용어 선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개량백신의 경우 현재 유행 중인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 대응용 백신이 나올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09년 유행한 신종플루도 우리나라에선 '신종'이란 말이 붙었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2009 H1N1 인플루엔자'라는 이름을 붙였다"면서 "(화이자와 모더나 2가 백신이) 기존 백신보다 업데이트된 것은 맞지만 개량백신보다는 가치중립적으로 BA.1 2가 백신, BA.5 2가 백신처럼 명명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 입에선 어느 쪽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오미크론 백신을 일컫는 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개발 단계에 가치를 두면 개량이라고 볼 수 있지만 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유효성이 우한주 백신보다 뛰어나다는 과학적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할 수 없어 2가나 다가 백신으로 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질병청의 다가백신 표현을 두고 우려의 뜻을 전했다. 정부가 4차 접종을 권고하는 가운데 오미크론 백신을 기다려야 한다는 뉘앙스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질병청에서 개량백신이라고 하면 기다렸다가 이 백신으로 4차 접종을 하라는 메시지"라며 "시간이 지나 BA.4 또는 BA.5에 맞춘 백신이 나오면 BA.1 백신을 개량백신이라 부르기도 힘들어진다"고 꼬집었다.
만 5~11세 소아용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된 지나3월31일 오전 광주 북구 미래아동병원에서 한 어린이가 백신을 접종 한 뒤 두손을 모은 채 이상반응 대기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사례 수집 경로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과 질병관리청 등 두 곳인데, 각각 보고와 신고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미크론 백신 외에도 정부 기관마다 다른 코로나19 용어는 또 있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수집하는 과정에서의 용어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이상반응이 나타나 이를 정부 측에 알리는 방법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과 질병청 예방접종 도우미 등 두 개다.
백신 접종 이후 이상반응을 사례를 모으는 과정은 유사하지만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과 질병청이 사용하는 용어는 '보고'와 '신고'로 각각 다르다.
물론 절차를 주로 이용하는 주체를 놓고 보면 차이가 있어 용어가 달라질 수 있는 여지는 있다. 각각의 역할을 보면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은 일반인(소비자)이나 의약전문가, 의약품 제조·수입업체 등으로부터 이상반응 사례를 수집한다. 질병청은 주로 백신을 접종한 국민이나 의료진으로부터 신고를 받는다.
이를 두고 김우주 교수는 "다른 부처긴 하지만 국민 입장에선 대한민국 정부 기관인데 서로 용어가 다르다"며 "국가 기관의 용어 체계가 다르면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은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 이상반응을 수집하고 평가해 안전성을 담보하는 조직인데 국민 대상으로 보고라는 용어는 전근대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질병청의 신고라는 용어도 매끄럽지 않기는 마찬가지라 가치중립적인 용어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