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 60.8%가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있었던 비속어에 대해 "국회와 민주당에 대한 윤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과가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3.5%에 불과했다. 보수진영의 지지 기반인 영남에서도 절반 이상이 윤 대통령의 사과 필요성에 공감했다.
30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54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순방 과정에서 있었던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관련해 전체 응답자의 60.8%가 윤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33.5%는 "사과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으며,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유보한 층은 5.7%였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유엔 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 48초가량의 짧은 환담을 나눴다. 이후 행사장을 빠져나오면서 박진 외교부 장관 등 우리 측 일행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날리면) X팔려서 어떡하나"는 비속어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의 발언 16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었으며, '이 XX들' 대상도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국회라고 해명했다. 우리 국회를 향한 말이라고 해도 '욕설'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는 지적에는 "개인적으로 오가는 듯한 거친 표현에 대해 느끼는 국민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만 했을 뿐, 사과는 없었다.
윤 대통령 역시 사과나 유감을 표명하지 않았다. 지난 26일 국내 업무 복귀 첫 출근길에는 기자들과 만나 오히려 "사실과 다른 보도로서 동맹을 훼손한다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언론 보도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뒤 "나머지 얘기들은 먼저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해당 발언을 자막을 입혀 첫 보도한 MBC를 편파·왜곡·조작 방송으로 규정, 항의방문에 나서는 등 MBC를 정쟁으로 끌어들였다. 논란은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이 XX들"은 잊혀졌다. 의회를 대통령 아래로 보는 잘못된 제왕적 대통령제의 인식은 국회, 특히 야당과의 협치를 실종케 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윤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60%를 넘으며 높게 나타났다. 20대 '사과 필요' 61.9% 대 '사과 불필요' 33.3%, 30대 '사과 필요' 63.0% 대 '사과 불필요' 32.7%로, 2030 60% 이상이 "사과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40대와 50대는 70% 이상이 윤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40대 '사과 필요' 73.8% 대 '사과 불필요' 22.6%, 50대 '사과 필요' 70.6% 대 '사과 불필요' 24.8%였다. 반면 60세 이상에서는 '사과 필요' 44.7% 대 '사과 불필요' 46.3%로 팽팽했다.
지역별로도 강원·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절반 이상이 "윤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 '사과 필요' 59.9% 대 '사과 불필요' 34.6%, 경기·인천 '사과 필요' 64.2% 대 '사과 불필요' 30.1%, 대전·충청·세종 '사과 필요' 67.4% 대 '사과 불필요' 27.0%, 광주·전라 '사과 필요' 68.5% 대 '사과 불필요' 28.0%로 조사됐다. 보수진영의 기반인 영남에서도 "윤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다. 대구·경북(TK) '사과 필요' 57.4% 대 '사과 불필요' 33.4%, 부산·울산·경남(PK) '사과 필요' 52.0% 대 '사과 불필요' 43.6%였다. 반면 강원·제주는 '사과 필요' 44.2% 대 '사과 불필요' 46.2%로, 두 응답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성향별로 보면, 민심의 풍향계로 읽히는 중도층 60% 이상이 "윤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중도층 '사과 필요' 66.2% 대 '사과 불필요' 26.4%였다. 보수층 '사과 필요' 31.4% 대 '사과 불필요' 61.7%, 진보층 '사과 필요' 83.6% 대 '사과 불필요' 13.3%로, 진영별로 윤 대통령의 사과 표명 여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확연히 달랐다. 지지 정당별로도 국민의힘 지지층 '사과 필요' 17.1% 대 '사과 불필요' 74.6%, 민주당 지지층 '사과 필요' 94.3% 대 '사과 불필요' 4.6%로, 입장이 갈렸다.
한편 이번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009명이며, 응답률은 4.5%다. 8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산출했고, 셀가중을 적용했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