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기선(왼쪽) 기획재정부 제1차관과 고광효(오른쪽)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재위 조세소위원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내년 1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여야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여당은 금투세 2년 유예를, 야당은 조건부 2년 유예 카드를 고집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2일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금투세 관련 법안 심사를 진행했으나 '내년 증권거래세율을 0.15%로 인하하고, 주식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 그대로 유지하면 정부의 금투세 2년 유예 방안을 수용하겠다'는 야당의 제안을 정부가 거부하면서 공전됐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 중 5000만원 초과분에 20%, 3억원 초과분에 25%를 세금으로 걷는 제도다. 지난 2020년 12월 여야는 내년 1월부터 금투세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는 지난 7월 주식 시장이 급락하자 금투세 시행을 오는 2025년까지 2년간 유예하는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갑작스러운 세금 부과로 부담을 느낀 주주들이 주식 시장을 떠날 경우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부자감세'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방기선*(오른쪽)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재위 조세소위원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의 기류가 바뀐 것은 지난 14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금투세 도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면서부터다. 이후 민주당은 18일 정부·여당이 내년 증권거래세율을 현행 0.23%에서 0.15%로 인하하고 주식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 그대로 유지한다면 정부의 금투세 2년 유예 방안을 수용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개미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내년 1월 금투세 시행을 고수했던 당초 입장에서 선회해 조건부 중재안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날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증권거래세율을 0.15%로 낮추는 것은 시기상조로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증권거래세율 인하 관련해서도 세수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22일 기재위 조세소위에 정부 측 대표로 참석한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역시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현재 정부는 증권거래세율을 0.23%에서 0.20%으로 낮추고,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을 100억원으로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저희 원내가 앞서 조건부 절충안을 낸 것에 대해 정부가 부정적으로 답변한 뒤 더 진전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임오경 대변인도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금투세 관련해서는 논의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류성걸 기재위 조세소위 위원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재위 조세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정부가 계속 원안을 고집할 경우 예정대로 내년 1월 시행을 하자는 입장이다. 김성환 정책위 의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기재위원 다수의 의사는 민주당의 대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내년 시행하기로 예정된 대로 가는 게 사리에 맞는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라고 밝혔다. 그는 "증권거래세를 0.15%로 낮추면 1조1000억원 정도의 세수가 덜 걷힌다는 이유인데, 그 얘기는 하면서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 10억원에서 100억원 높이면서 줄어드는 초부자 감세 얘기는 안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 와중에 민주당 내에서는 지도부 입장과 달리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대로 내년부터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반대 움직임이 나와 주목을 끌었다. 현역 의원 40여명이 소속된 민주당 최대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는 22일 "99%의 개미 투자자를 위한 증권거래세는 인하·폐지하고, 금투세는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투세 유예'를 강조한 이재명 대표와는 결이 달랐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