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등 사기 범죄의 수익금 몰수는 기소된 범행에 한해서만 가능하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보이스피싱 중간책 A씨에 대해 범죄 수익금을 몰수하라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A씨가 속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 B씨로부터 2억원을 뜯어냈다. 범행 당시 B씨로부터 현금을 받은 조직원은 A씨에게 1억9600만원을 전달했다. 이후 B씨의 신고로 수사가 시작됐고 A씨는 긴급 체포됐다. 이때 A씨가 가지고 있던 1억3630억만원은 압수됐다.
수사기관은 A씨 등 일당의 다수 금전거래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지만, B씨에 대한 사기 혐의만 적용해 A씨를 기소했다. A씨는 재판에서 B씨의 현금은 제3자에게 전달했고, 체포 당시 압수된 돈은 공소사실과 무관한 돈으로 부패재산몰수법에 해당하는 '범죄피해자산'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1·2심은 A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면서 1억3630만원 몰수를 명령했다. 부패범죄로 인한 범죄의 피해재산에 해당한다면 기소되지 않은 범행의 피해재산도 몰수할 수 있다고 봤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피고인이 범한 부패범죄의 범죄피해자산인 경우에 해당한다면, 당해 사건에서 기소되지 않은 범행의 피해재산에 대해서도 부패재산몰수법상 몰수가 가능한지 여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부패재산몰수법에서 정한 몰수·추징의 원인이 되는 범죄사실은 기소된 범죄사실에 한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범죄피해재산’은 그 기소된 범죄사실 피해자로부터 취득한 재산 또는 그 재산의 보유·처분에 의하여 얻은 재산에 한정되고, 피해자의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몰수·추징이 허용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해당 사건이 부패재산몰수법에 규정된 몰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심판결이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특별법인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른 몰수·추징에서도 기소되지 않은 범죄피해재산은 몰수·추징의 대상의 되지 않는다는 점을 최초로 판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