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코로나19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팍스로비드'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혜현
·동지훈 기자]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업체들이 기로에 섰습니다. 백신 접종 확대로 코로나19 치료제들이 갈수록 사업성이 더욱 떨어지고 있는 데다가 국내 긴급사용승인 문턱도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국내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 긴급사용승인 가능성이 희박해 개발사들은 해외로 활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현재 제약바이오업계는 낮은 사업성 우려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중도 포기하거나, 국산 2호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목표로 상용화까지 도달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두 갈래 양상으로 나뉩니다.
일동제약 본사 전경. (사진=일동제약)
일동제약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가 정부의 긴급사용승인이 반려되자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습니다.
조코바는 일동제약과 일본 시오노기제약이 공동 개발한 치료제로 바이러스 복제에 필수적인 단백질 분해 효소를 저해해 체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입니다. 조코바는 3CL-프로테아제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코로나19 감염을 유발하는 SARS-CoV-2 바이러스의 체내 증식을 막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미 일본에선 지난해 11월 긴급사용승인을 받았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검토 단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국내에서는 긴급사용승인이 불발된 것입니다.
일동제약은 위험 요인과 관계없이 광범위한 환자를 위한 치료 옵션 중 하나로 조코바가 코로나19 치료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이 점이 긴급사용승인에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일동제약 조코바는 중증 완화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 긴급사용승인이 검토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조코바의 긴급사용승인이 무산되면서 사실상 다른 코로나19 치료제들도 앞으로 긴급사용승인을 받기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현대바이오 서울사무소 전경. (사진=현대바이오)
현대바이오도 지난해 말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범용 항바이러스 후보물질 '제프티'(개발명 CP-COV03)의 임상 2상 투약 절차를 마치고, 긴급사용승인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임상 데이터를 취합 중인 현대바이오는 유의미한 결과가 확보되면 이를 토대로 상용화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앞서 일동제약 조코바의 긴급사용승인이 무산된 만큼 쉽지 않아 보입니다.
'중증 완화' 효과 있으면 긴급사용승인 여지 있어
긴급사용승인은 예방약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태에서 개발 중인 의약품이 효과가 있을 경우 잠재적인 혜택이 위험보다 더 크다고 판단해 빠른 시일 내 시판되도록 승인하는 절차입니다. 긴급사용승인은 질병관리청장 등 중앙행정기관장이 식약처에 요청해야 가능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상용화에 성공한 코로나19 치료제는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 '베클루리'(렘데시비르), '악템라', '이부실드' 등으로 이들 모두 긴급사용승인을 받았습니다. 이 중 렘데시비르만 유일하게 긴급사용승인과 정식 허가를 모두 획득했고, 나머지는 긴급사용승인만 받았는데요.
당국에 따르면 앞으로 다른 코로나19 치료제들이 추가로 긴급사용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충분한 임상 데이터는 필수입니다.
정 위원장은 "팍스로비드 재고가 있긴 하지만 중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인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 사용량이 급증하면 재고를 휩쓸어갈 수 있고, 이에 따라 수입량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렇게 될 경우 추가적인 긴급사용승인을 검토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는데요.
그는 "우리나라에 자동차가 많다고 해외 차 수입을 중단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국내에서 개발되는 코로나19 치료제 긴급사용승인 불씨가 아예 꺼진 것은 아니고 중증 완화 효과 등 승인에 필요한 자료가 있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국내 긴급사용승인 문턱이 높아지면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사들이 해외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항바이러스제만 놓고 본다면 팍스로비드가 기준점이 된 상황이라 이 약과 비슷하거나 나은 수준이 아니라면 긴급사용승인 필요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허가 이후 과정에서 다른 적응증으로 확장할 여지도 있기 때문에, 코로나 치료제가 다국가 임상을 진행 중인 만큼 국내뿐 아니라 해외 상용화도 함께 추진하는 것이 사업성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이혜현·동지훈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