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한국과 일본의 방역 조치에 반발하며 단기·일반 비자 발급을 중단한 중국이 공무 및 비즈니스 목적 비자의 제한적 발급에 나섰습니다. 연일 강경 발언을 내세우면서도 보복 조치 완화에 나선 것입니다.
16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단기·일반 비자 발급을 중단한 한국인과 일본인을 대상으로 외교와 공무 외 긴급한 상업 상담 등 비즈니스 목적 비자를 발급하고 있습니다. 다만 비자 발급 기준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중국 정부 관계자도 "중요성에 따라 개별 사안별로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보복조치, 당국 흐름에 역행…국제사회 비난도 부담
이번 중국의 보복 완화 조치는 중국 당국의 방역 완화 조치에 역행했고,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고립 위험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한·일 입국 규제 조치는 중국 내 코로나19 기조에 반하는 조치였습니다. 중국은 지난달부터 방역 완화 조치를 시행하며 '리오프닝'에 나섰습니다. 지난 3년간 중국은 고강도의 봉쇄 조치 및 국경 폐쇄, 코로나 환자 등에 대한 의무 격리 제도를 유지했습니다. 이 같은 강력한 조치가 장기간 이어지자 중국 내 반발이 심했고, 경제적 타격도 극심했습니다. 실제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2022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0%였습니다. 이는 중국 국무원이 지난해 3월 내놓은 2022년 경제성장률 목표치 5.5%에 비해 반토막 수준이죠.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이 9일 오후 베이징에서 정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제 경제에서도 중국 내 방역 완화 조치는 호재였습니다. 마티아스 콜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16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중국이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 복귀하고 공급망이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하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또다시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봉쇄 조치를 취하자 국제적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했습니다. AP통신은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라 기대됐던 경제활동 재개 및 잠재적인 외국인 신규 투자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사회 신뢰·내수경제 회복 나서야"
과학적인 근거 없는 보복 조치라는 점도 국제사회의 비난을 불렀습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1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WHO가 말한 대로 여행객 심사 등에 관한 모든 결정은 과학적 근거, 오직 과학적 근거들에 기반해 내려져야 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한국과 일본에 대한 방역 보복 조치가 과학적 분석에 근거한 점이 아니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죠. AP통신도 중국의 한·일 비자 발급 중단을 두고 "명백한 보복"이라고 했습니다.
명지대학교 김태황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전화 인터뷰에서 "경제 재개에 나서야 하는 중국이 입국 금지 조치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정책을 계속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입국 금지 조처는 중국 내 봉쇄 완화 정책 기조와도 반하는데 이를 계속 유지하는 것도 모순적이지 않냐"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외적인 신뢰 회복은 물론 내수 시장 회복을 위해서도 입국 규제를 완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티미널을 통해 입국한 중국발 입국자들이 검역지원단의 안내를 받아 PCR 검사센터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