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한종희
삼성전자(005930)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이 '원 삼성(One Samsung)' 기조 하에 생활가전사업부 조직 개편이라는 승부수를 던져 주목됩니다. 업계 1위인 삼성전자는 유달리 가전제품 분야에서 힘을 쓰지 못했는데요. 이번에 개발 조직을 전면 개편하면서 부진을 벗고 경쟁력을 강화할지가 관건입니다.
조직개편과 동시에 가전제품 부문에서의 개발 성과 등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OLED에 적용해온 터치 일체형 기술을 중형 노트북용 OLED로 적용해 이달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패널 구조가 단순해 두께와 무게를 줄일 수 있는데요. 두께가 얇을수록 디자인 확장성과 휴대성이 좋아진다는 점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삼성전자는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을 세분화해 전문성을 강조하겠다는 복안입니다. 기존 개발팀 내 키친, 리빙개발그룹 등 2개 팀을 △냉장고 △조리기기 △식기세척기 △의류케어 △청소기 개발그룹 등 5개 팀으로 나눴는데요. 개발팀 산하 소프트웨어개발그룹도 제품군별로 5개로 구체화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타 부문과의 융합입니다. 최근엔 영상디스플레이(VD)와 모바일경험(MX)사업부 임원 6명을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으로 발령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말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가전연구팀을 신설했는데요. 팀장은 이준현 생활가전사업부 선행개발팀 부사장이 맡았습니다. 삼성리서치 내에 생활가전 담당 조직이 만들어진 것은 처음인데요. 최근 가전시장이 수요 침체를 이어가는 가운데 혁신제품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겠다는 각오로 풀이됐습니다.
업계에선 생활가전사업부 조직개편의 배경에는 '원 삼성' 전략이 바탕이 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생활가전사업부장을 겸직하는 한종희 부회장은 취임 당시 사업부와 제품 간 벽을 허무는 '원 삼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한 부회장은 CES2023 기자간담회에선 "TV 시장 규모의 3배가 넘는 생활가전 사업을 DX(완성품) 부문의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며 "항상 목표는 1등"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생활가전은 삼성전자가 아직 1위를 하지 못한 사업 분야입니다. 반면 경쟁사인 LG전자는 2021년 미국 월풀을 처음으로 제치고 사상 처음 연간 매출 기준 세계 1위를 달성한 바 있습니다.
조직개편의 또다른 배경으로는 글로벌 업황 둔화 속 반등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전 등에 몰렸던 특수가 사라진데다 전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가전업계는 보릿고개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삼성전자도 올초 '2022년 4분기 잠정실적'자료를 내 실적 악화에 대해 "가전 사업은 시장 수요 부진과 원가 부담이 지속하며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원인 중 하나로 꼽은 바 있습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을 통해 비스포크, 인피니트 등을 잇는 대표 제품 발굴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한 부회장 역시 "비스포크 가전의 핵심 가치인 디자인, 지속 가능, 연결성의 3개 축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라며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에 인공지능 에너지 모드 적용을 가속하고, 인피니트 라인 같은 프리미엄 제품도 확대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