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유진·주혜린·조용훈 기자] 정부가 일자리사업의 대대적 개편을 예고한 가운데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간 주도 필요성과 고용취약계층의 소득보전을 위한 복지 차원의 유지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노인일자리는 경제적 성과를 내려는 목적보단 복지 차원으로 운영된 만큼, 재정 안정화 논리로만 따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연금 준비가 안 된 고령층도 많아 고용취약계층의 공공일자리 확충이 효과적이라는 게 노동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특히 몇 시간의 일자리를 선호하는 70대 성향의 노인일자리 사업이 시장지향형으로 전환할 경우 주40시간의 정규 근로 노동시간으로 일의 강도도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남성에 비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여성 고령층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도 우선 시 돼야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30일 <뉴스토마토>가 4인의 노동 전문가들에게 문의한 결과,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사업 개편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견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개편 방법과 시기, 방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문가들은 기존부터 인건비 지원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못하니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며 "고용취약계층이 민간 시장에서 밀려나 기피 일자리 등으로 몰리고 정책 사각지대에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건 고용 서비스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1차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이들이 2차 노동시장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는 1·2차 노동시장의 격차가 크다. 두 시장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언급했습니다.
직접일자리는 금전적 성과 여부를 평가하기보다 복지 차원에서 유지돼야 한다는 주문도 나옵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는 "일자리 시장지향형 개편은 지난 정부 때도 나왔던 이야기다.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자들은 대다수가 70대 이상이고 이들은 몇시간이라도 일하는 걸 선호하는 성향이 있다"며 "시장지향형으로 전환하면 주40시간의 정규 근로 노동시간이 부여되고 일의 강도가 높아질텐데 이분들이 커버가 가능할지 우려가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난 정부때 노인일자리가 많다고는 했지만 노인인구는 늘어나는데 연금 준비가 안 된 고령층이 많아 공공일자리 확충이 절실하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소득 지원 측면이 큰데, 정년연장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효과적일 듯하다"고 부연했습니다.
고용취약계층의 생계와 직결돼 공공일자리 확충 등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코로나 위기 때는 생활 안정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고용 회복에 맞춰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추세"라며 "다만 취업 촉진은 균형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취약계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취업 알선 강화와 급여 제재 강화가 균형을 이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선임연구원은 "청년층의 경우 디지털 훈련과 일 경험을 강조하는 쪽으로 선회가 이뤄졌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추후에 평가를 해야 될 것 같다. 여성의 경우에도 다른 근로자에 비해서 덜 보호를 받으며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적인 노력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시장에서 효율화를 추구하는 것은 신자유주의 핵심으로 '웰페어'가 아닌 '워크페어' 관점에서 볼 수 있다"며 "사업 운영의 효율성을 추구하면 재정은 안정될 수 있으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제한될 수 있어 이런 부분을 잘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노인일자리는 경제적 성과를 내려는 목적보다는 복지 차원에서 운영돼왔다. 이를 줄이는 것은 자칫 취약계층들의 수입을 막는 정책으로 보일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30일 <뉴스토마토>가 4인의 노동 전문가들에게 문의한 결과,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사업 개편에 대한 방법과 시기, 방향성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사진은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에서 개최된 노인일자리 사회활동 지원사업 박람회. (사진=뉴시스)
세종=김유진·주혜린·조용훈 기자 y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