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SM엔터 지분 인수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카카오가 경영권 참여에 관심이 없다는 전제 아래 협력할 부분을 검토할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에스엠(041510))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흐르는 가운데,
하이브(352820)가 입을 열었습니다. 하이브는 "양사의 합병이 K팝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SM 경영진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CEO)는 21일 열린 하이브의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상호 합의에 따라 최대주주의 지분을 인수했고 일반 주주들에게도 같은 가격으로 공개매수를 제안했다"며 하이브가 적대적 M&A에 나서고 있다는 표현이 옳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어 "SM의 현 경영진과도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할 생각이 없다"며 "SM 경영진은 하이브를 포함한 모든 SM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줘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카카오(035720)와의 사업적 협력에도 여지를 뒀습니다. '카카오가 경영권에 관심이 없다'는 전제를 두긴 했지만 협력의 필요성이 느껴지면 언제든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는 카카오와 SM이 아직 구체적인 사업적 제휴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하이브와 SM의 시너지에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하이브가 지난 3년여간 누적해온 멀티레이블 체제의 노하우를 SM에 이식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깁니다. 앞서 이날 SM은 멀티 제작센터 도입을 통해 기존 1인 프로듀싱 체계의 한계를 극복하고 큰 폭의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SM3.0: IP 수익화 전략'을 발표했는데요. 2025년까지 1차 IP 사업 매출 7600억원을 포함해 총 1조2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연간 최소 2회 이상의 신규 아티스트 IP를 출시해 21개 팀 이상의 활발한 음악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포부입니다.
하이브가 지난해 매출 1조778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자료=하이브 IR)
하이브는 이 같은 SM의 구상이 하이브의 도움을 받는다면 보다 긍정적으로 실현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이날 실적 발표의 상당 부분을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역량으로 채운 것도 이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하이브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2% 증가한 1조7780억원, 영업이익이 25% 증가한 2377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는데요. 2019년부터 시작된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시스템이 역대 최고 매출의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 시스템에 대해 "겉으로 드러나는 독립적인 조직 구조만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독립된 창작 기반과 사업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수 요소"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SM이 제시한 멀티 레이블과 플랫폼 전략, IP의 원소스멀티유즈 전략 등을 직접 거론하며 "하이브가 오래 전부터 해왔던 전략"이라며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고 SM의 전략 실행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도 자신했습니다.
이 외에 하이브가 북미 지역에서 쌓은 네트워크, SM이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서 확보한 네트워크를 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도 전망했습니다. SM 아티스트의 북미 시장 진출을 돕는 등 양사의 합병이 하이브에만 득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재차 언급했습니다.
동시에 주주들이 가장 우려하는 이익 상충도 최소화 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이사회 산하에 전원 사외이사로 구축해 놓은 여러 위원회 이외에 감사위원회 등도 추가로 설치해 견제 기능을 충분히 갖추겠다는 다짐입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