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정부여당은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비판 여론 진화에 나섰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에 동행했던 정진석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0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시다 총리가 머지않은 장래에 한국에 방문해 진전된 메시지를 가지고 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시다 총리의 답방 때 한국이 ‘선물 보따리’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대통령실 제공)
기시다 한국 답방, 올여름은 지나야
기시다 총리의 한국 답방은 조만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은 국내 선거, 후쿠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한국 답방을 최우선에 둘 상황이 못 됩니다.
일본은 내달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통일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또 5월에는 의장국으로서 G7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됩니다. 기시다 총리는 지지율 추이를 고려해 연내 의회를 해산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일본은 일반적으로 집권당의 총재인 총리가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적 일정을 고려해 의회를 해산, 총선거를 치릅니다. 기시다 총리는 일련의 국내외적 상황이 정리된 이후에야 한국을 답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권 역시 기시다 총리의 한국 답방을 올여름 이후로 보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친교 만찬을 마치고 도쿄 한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시다, 한국 답방 때 선물 보따리 풀까…"가능성 없어"
정부·여당은 기시다 총리가 선거에서 승리하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는 4월 말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윤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을 언급한다면 일본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배경과 현재 일본 정치 상황을 볼 때, 전향적 입장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정권에서 외무상을 지내면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입장을 대변해왔던 인물입니다. 아베 전 총리는 강제동원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고, 1965년 한일 청구권협상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기시다 내각에서도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이 동일한 주장을 하면서 아베정권의 전철을 밟고 있습니다. 이런 보수·수구 세력의 주장에 반하는 주장을 기시다 총리가 할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특히 선거 승리가 최우선인 기시다 총리는 강제동원 문제에서 한국에 양보를 받아내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기 때문에 이에 반하는 전향적 입장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한일 정상회담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지난 18~19일 조사, 응답자 1034명)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전달 조사(26%)보다 7%포인트 오른 33%를 기록했습니다. 이 신문은 지지부진하던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상승세로 돌아선 주요 요인으로 한일 정상회담을 꼽았습니다.
고베 주재 일본총영사를 지낸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에 “일본의 정치 구조와 일본 국민 정서를 볼 때 전향적 입장은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정부여당에서는 일본 선거 등을 언급하면서 언제, 어디서 호응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그건 일본 입장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은 한국이 또 입장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한국 내 문제는 알아서 해결하라는 입장이다”라고 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