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한 2차전지주, 자사주에 쏠린 눈

에코프로 600% 폭등…자사주 처분시 1853억 확보 가능
7%대 자사주 보유한 엘앤에프, 처분시 8696억 유입 기대
제2의 신풍제약?…자사주 처분 대규모 현금 확보 가능

입력 : 2023-04-1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올해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에코프로 3형제(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이치엔)와 엘앤애프 등 2차전지 개별 기업들의 상승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주가가 급등하자 이들이 보유 중인 자사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현 상황에서 자사주를 처분한다면 대량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입니다.
 
2차전지 기업들 자사주 보유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금융감독원)
 
질주 하는 에코프로 3형제…주가 과열 지적 '무색'
 
에코프로 3형제 중 단연 눈에 띄는 기업은 에코프로(086520)입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에코프로는 6.51% 상승한 76만9000원에 마감했습니다. 지난 10일에는 올해 들어 보인 급등세 중 가장 가파른 24.70%의 상승폭을 보였습니다. 에코프로는 올해에만 646.60% 폭등했습니다.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1위를 달리고 있는 2차전지 기업 에코프로비엠(247540)도 전날 0.68% 오른 29만4500원에 장을 마쳤고, 올해 219.76% 급등했네요.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상승을 이끄는 주체는 개미였습니다. 이날 개인투자자들은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을 각각 1471억9174만6000원, 540억3917만5000원씩 순매수했습니다. 3형제 중 막내인 에코프로에이치엔(383310)도 적지 않은 상승세를 보였지만 두 형들에 비하면 다소 부족해보입니다. 올해 70.67% 상승했습니다. 
 
최근 에코프로 형제들의 주가 급등으로 외국인과 기관은 연일 순매도로 대응 중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매수 우위 기조가 더 쎈 상황이라 주가의 상승세는 그칠 줄 모르고 있습니다. 전날 코스닥 시장에서 기관이 순매도한 종목 1, 2위는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이었고 외국인 순매도 1, 3위도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이으로 집계됐습니다.
 
상승 분위기 속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1분기 호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전날 에코프로는 연결기준 1분기 잠정 매출액은 2조589억원, 영업이익은 1796억원을 벌어들였다고 잠정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했을 때 각각 202.5%, 233.2% 성장했네요. 에코프로비엠도 이날 1분기 잠정매출액은 2조105억원, 영업이익은 1073억원으로 집계되며 203.5%, 16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스닥 시총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엘앤에프(066970)도 올해 눈에 띄는 상승폭을 기록하는 중입니다. 11일 기준 올해 83.00% 상승한 엘앤에프는 기관이 순매수를, 개인과 외국인은 순매도세를 보였습니다. 에코프로비엠과 다소 격차가 벌어졌지만 향후 주가 상승여력은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2분기엔 재고조정 영향에서 벗어나며 출하량 증가 및 신규 캐파 가동률 상승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IRA 본격 발효에 따라 북미 중심 신규 수주도 가속화될 전망이다"라고 내다봤습니다.
 
주가 급등에 자사주 보유 규모 '촉각'…매각시 대규모 현금 유입
 
주가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부분은 이들이 보유 중인 자사주입니다. 주가가 상승한 상황에서 자사주를 처분한다면 막대한 규모의 현금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대표적인 예로 3년 전 신풍제약(019170) 자사주 처분이 있습니다.
 
신풍제약의 주가는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치료제 모멘텀을 타고 급등했습니다. 연초 7000원대였던 주가가 9월에는 19만8000원까지 올라 2600%가 넘는 상승폭을 기록한 것이죠. 주가 과열에 대한 이슈가 불거지고 있던 2020년 9월, 신풍제약은 자사주 처분을 발표했습니다.
 
홍콩계 헤지펀드 세간티 캐피털 등을 대상으로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를 단행해 총 128만9550주의 자사주를 팔아 2153억5485만원의 현금을 확보했습니다. 신풍제약은 처분 목적에 대해선 "생산설비 개선 및 연구개발과제 투자 자금 확보"라고 밝혔습니다. 신풍제약의 자사주 처분은 전년도 순이익 18억원과 비교되며 무려 120년치 순이익을 한 번에 거둬들였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이처럼 주가 급등기에 자사주 처분은 기업에게 엄청난 기회로 다가옵니다.
 
현재 에코프로 형제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는 1%가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에코프로의 총 발행 주식 2525만7525주 중 에코프로가 보유 중인 자사주는 24만1020주로 0.95%입니다. 에코프로비엠은 9780만1344주 가운데 0.15%인 14만6339주를, 에코프로에이치엔은 1530만4932주에서 0.46%인 7만24주를 자사주로 가지고 있습니다. 에코프로의 자사주 규모는 11일 종가 기준 1854억원이고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에이치엔도 각각 431억원, 54억원입니다.
 
반면 엘앤애프는 7%가 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발행주식 총 3601만8316주 중 엘앤에프가 가지고 있는 자사주는 273만8611주로 7.6%의 지분을 확보 중입니다. 11일 종가 기준으로 엘앤애프가 자사주를 모두 처분했을시 확보할 수 있는 현금 규모는 8696억원입니다.
 
엘앤애프는 지난해 한 차례 자사주를 처분한바 있기 때문에 향후 자사주 처분에 대한 움직임이 주목됩니다. 지난해 5월 엘앤에프는 해외투자자금 및 시설·운영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자사주 100만주를 처분해 2766억원을 확보했습니다. 블록딜 방식을 통해 100만주를 처분한 엘앤에프의 자사주 비율은 10.3%에서 7.62%로 감소했습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엘앤에프는 자사주를 자금조달 방안 중 하나라고 소통 해왔고 보유 중인 자사주를 통해 교환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에코프로는 직원복지 차원에서 자사주를 활용한 연금 정도의 이야기는 언급했다. 크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한결 기자
SNS 계정 :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