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올해부터 가파르게 올라가는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원가부담이 커지자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특히 탄소중립 체제 전환으로 전기로 비중을 늘리면서 전력 사용량 확대로 제품에 원가 상승분 반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밖에 제철소 내 자가발전 전력량을 늘리고 전기로 공정 최적화를 통해 에너지 효율까지 높일 계획입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주 2분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h)당 8원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전기·가스요금 조정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인상분은 전날부터 적용됐습니다. 당초 2분기 전기료는 지난 3월말에 발표 예정이었으나 물가 상승을 이유로 한달 넘게 미뤄졌습니다. 다만, 인상료는 소급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전기료 인상 이유, 한전 재무구조 개선
산업부가 전기료를 올린 까닭은 한국전력의 재무구조 개선 때문입니다. 한전의 누적 적자액은 지난 2021년 이후 44조원을 넘겼습니다. 한전이 발전사들로부터 에너지를 비싸게 사서 소비자에게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가 그 원인입니다. 이에 정부는 오는 2026년까지 한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올해 연간 전기요금을 ㎾h당 51.6원 올려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전기료를 ㎾h당 13.1원 인상했습니다. 이는 지난 1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인상폭 수준입니다. 1분기 전기료 인상에 국내 철강업계가 떠안게 되는 원가 부담은 연간 약 2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이같은 원가부담을 이번 2분기 전기료 인상 수준 대비 계산하면 연간 1588억원이 더 추가되는 겁니다. 만약 정부 발표대로 2026년까지 ㎾h당 전기료가 51원 오를 경우, 철강사들이 떠안는 원가부담은 연간 1조원에 육박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올해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안 및 취약계층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기로 비중 높은 철강사, '한숨'
고로(용광로) 사용 비중이 큰
포스코(005490)를 포함할 경우 전기료는 철강 제품 원가의 10%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따라서 이번 전기료 인상 여파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포스코는 제철소 내 부생가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설비를 보유해 80% 이상의 전기를 자체 생산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업계 내 A 관계자는 "포스코는 수전 비율이 높지 않아 진기료 인상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달리 전기로를 통해 제품 생산 비중이 큰 철강사들은 제품가 내 전기료 원가 비중이 두 배 이상 해당됩니다. 철강업계 가운데 전기로 비중이 가장 높은
현대제철(004020)은 이번 ㎾h당 8원의 추가 전기요금 인상으로 연간 500억원의 전력비가 추가될 전망입니다. 현대제철의 연간 전력량은 7테라와트시(TWh)입니다. 앞서 이전 1분기 인상(13.1원)분까지 포함하면 올해 연간 1400억원대의 원가부담이 발생할 예정입니다. 현대제철의 제철소 자가 발전 비중은 40%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 내 B 관계자는 "전기료 인상에 따라서 원가 상승으로 부담되는게 사실"이라며 "전반적인 에너지비용 상승으로 제품 가격 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고객사들과 조율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전반적인 에너지 비용 상승에 산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전력산업발전기금 요율인하 등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동국제강(001230)도 원가부담이 큽니다. 기존 연간 전력비 2000억원대 규모에서 더 늘어날 관측입니다. 동국제강은 전기료 인상의 대안방안으로 자가 발전량을 늘려 원가절감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업계 내 C관계자는 "원가 상승 부담을 직접적으로 받게돼 수익성 저하가 우려된다"며 "자가발전 전력 비율을 높이기 위해 투자, 발전소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단기적으로 나오는 결과가 아니고 전체 전력 규모에서도 미비한 수준이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며 "근본적인 전기료 인상에 따른 원가 부담은 어쩔 수 없다"고 했습니다.
철강업체들은 전기로의 효율성을 개선할 방침입니다.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전력량을 최적화해 전기료 인상 타격을 줄이겠다는 목적입니다. 업계 내 D 관계자는 "전기로 시스템 최적화를 통해 제품 품질 유지 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 역시 높여갈 계획"이라고 강조헀습니다.
동국제강 전기로 모습.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